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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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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눈
5월 7일~6월 5일 백성희장민호 극장 2만~5만원. 문의 02-3279-2233

 원로배우 장민호·백성희는 우리 연극계를 상징하는 거목이다. 1940년대부터 무대에 서온 세월이 70년을 넘었다. 그동안 참여한 작품만 400여 편에 달한다. 용산구 서계동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배우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 극장이 만들어졌다. 두 배우를 기리기 위한 그곳에서 지난 3월 개관 공연으로 ‘3월의 눈’이 공연돼 호평을 얻었다.

 이 연극에는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풍경이 가득하다. 솜씨 좋은 목수가 정성들여 지어놓은 한옥이 무대다. 그곳을 장오(장민호)와 이순(백성희)이 지키고 있다. 이 한옥도 고가구 업자들에게 헐려 나무는 다른 용도로 분리돼 흩어지고 한옥 자리에는 3층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손자를 위해 그들의 유일한 재산인 한옥을 팔기로 한 것이다.

 작품에는 별다른 갈등과 사건이 없다. 말보다는 침묵이 길고, 사건이 벌어지기보다는 사소한 일상이 펼쳐진다. 고목재상들이 한옥 마루를 헐어가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러 들르기도 한다.

 장오의 유일한 위안은 아내인 이순이다. 이순의 청에 못이겨 헐려버릴 집에 문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주거니 받거니 신혼시절처럼 다정하게 지낸다. 그러나 곧 이순은 죽은 지 오래고, 관객이 장오의 환상을 훔쳐보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한옥에서의 마지막 밤. 흐릿한 조명 아래 말없이 툇마루에 걸터앉은 장오에게서는 진한 쓸쓸함과 그것을 견디고 있는 한 인간의 역사가 느껴진다. 3월의 눈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로 소멸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수작이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이 연극을 완성시키는 것은 장민호·백성희 두 배우다. 작품 속 한옥이, 그것을 지키고 있는 장오·이순이, 그리고 3월의 눈 자체가 두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 겨울의 마지막 눈이 될 가능성이 높은 3월의 눈. 다행히 5월에 다시 그 감동을 느낄 기회가 생겼다.

미드 썸머
27일~6월 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5만원. 문의 1588-5212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사로 유명한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2인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드썸머’는 겉보기엔 냉철한 변호사지만, 밤마다 술로 공허함을 달래는 골드 미스 헬레나와 한량 지하조직원 밥, 극과 극인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린 연극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고,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서는 배우 예지원, 뮤지컬 배우 이석준과 서범석이 출연한다.

뮤직 인 마이 하트
~7월 31일 PMC 대학로 자유극장 전석 4만원. 문의 02-738-8289

 마음 설레는 봄날 데이트용 뮤지컬을 찾고 있다면 노처녀 작가와 미남 배우의 꿈같은 사랑 이야기, 로맨틱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를 추천한다. 어린시절 병으로 청력과 말을 잃은 민아와 모든 걸 다 갖춘 영화배우 장재혁이 작가와 연출가로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달콤한 사랑 이야기 외에도 민아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민아 분신들의 감초 연기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민아 역에는 뮤지컬 배우 안유진과 이정미가 캐스팅됐고 심형탁·박영필·김남호 등이 출연한다.

오디션
 5월 3일~7월 2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4만~5만원. 문의 02-762-0010

 내년에 영화로 개봉될 소극장 창작뮤지컬 ‘오디션’이 그룹 H.O.T 출신의 문희준을 캐스팅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2007년 초연된 오디션은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길 희망하는 청춘 뮤지션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으로, 관객의 힘으로 생명력을 얻어 매해 재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록 밴드의 이야기인 만큼 출연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 공연 내내 밴드 연주로 분위기를 돋우며 커튼콜에서는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너와 함께라면
~8월 21일 코엑스 아트홀 전석 3만원. 문의 02-766-6007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아이가 일흔 살의 노인을 신랑감으로 데려온다면?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친구, 이 코믹한 발상이 ‘너와 함께라면’의 소재다. 남자친구의 예기치 않은 가정 방문으로 벌어지는 한바탕 해프닝을 다룬 이 작품은 연극 ‘웃음의 대학’,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원작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미타니 코키의 연극이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 처음 소개됐으며, 입소문을 타고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앙코르 공연에서도 코믹 연기의 달인 서현철이 다시 한 번 ‘아버지’를 연기한다.

디 오써
26일~5월 28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전석 3만원. 문의 02-708-5001

 2009년부터 하나의 테마로 엮은 연극 시리즈를 소개해 호평을 받았던 두산아트센터가 올해는 ‘경계인 시리즈’를 선보인다. 우리 사회의 경계를 살펴보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경계인’을 테마로 잡은 것.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영국 출생의 배우 겸 작가·연출가인 팀 크라우치가 만든 ‘디 오써’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앉아 자신들의 체험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극중극 ‘파볼’을 통해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연극에 출연한 배우와 작가, 관객에게 한 작품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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