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미디어 혁명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거대한 두뇌와 거대한 몸통을 결합한 초대형 괴물이 출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흥분시키고있다.

세계 최대의 복합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사와 역시 세계최대의 인터넷 업체인 아메리카 온 라인(AOL)은 10일 극적인 합병을 발표함으로써 현기증나는 인터넷, 미디어혁명의 본격적 개막을 알렸다.

두 회사의 합병은 또 사이버 공간을 장악하기 위한 살벌한 전쟁이 시작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마련에 총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두 회사 합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1차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합병이 이뤄졌다는 것으로 자산가치가 3천500억달러에 이르는 새 합병사는 연간 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합병의 의미는 이로써 인터넷과 미디어의 혁명에 하나의 분수령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거대 미디어들이 인터넷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부심해왔으며 인터넷 업체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매력있는 컨텐츠를 유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이번 결합은 세계 최대급의 두 그룹이 합병,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타임워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시사잡지 중의 하나인 타임, 방송계의 패권주의자인 CNN, 그리고 워너브라더스, 워너 뮤직 등 거대한 영화, 음반산업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군으로서 앞으로 AOL이라는 막강한 유통 통로를 통해, 뉴스와 정보를 공급하고 문화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타임워너의 상품들이 AOL의 2천만 가입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것은 그야말로 범이 날개를 얻은 형상이다.

이미 컴퓨서브, 넷스케이프 등을 보유, 세계최대 온라인 서비스 업체의 위치를 자랑하는 AOL그룹 역시 이번 합병을 통해 인기있는 컨텐츠를 확보함으로써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됐다.

경제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합병이 통신, 정보, 인터넷과 연관된 전세계의 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을 유발시킬 엄청난 사건으로 앞으로 유사한 합병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예상을 반영, 미국 뉴욕증시의 주가가 10일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유럽의 주가 역시 미디어 주식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고있다.

21세기 시작 이후 최초의 세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두 기업의 합병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요구된다.

이제는 우리 역시 이러한 인터넷 미디어 혁명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동참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융합미디어만이 앞으로 유일한 살 길이라면 이를 향한 적극적 움직임이 있어야 할것이다.

이는 우선 경쟁력을 강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의 뉴미디어들에게 지배되지 않기위해 우리 역시 미디어 혁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정보주권과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혁명의 열차에 뛰어오르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우리의 경제적, 문화적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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