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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손든 말기암 치료 16년 … 최원철의 도전과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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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동경희대병원 최원철 교수가 자신의 진료실에서 한방암치료제 넥시아를 들고 있다. [김도훈 기자]

“그분은 말기환자에게 구세주입니다. 연구 중단은 절대 안 됩니다.”

 20일 충북 오송의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암 환자 60여 명이 그의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각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교수들이 “수사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윤석용(강동 을) 의원이 “한의학 교수가 약품 개발을 중단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러면 누가 한약을 이용해 항암제를 만들려고 하겠나”라고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따졌다.

 환자·동료 교수·국회의원이 나서 구명운동을 벌이는 사람은 강동경희대병원의 최원철(47) 교수. 1996년부터 한방 약으로 말기암 환자를 치료하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한의사다. ‘한약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세상의 의심과 고독한 싸움을 벌여왔다.

 최 교수는 지난 16년 동안 치료 성적으로 의혹을 깨쳐왔다. 97년 4기 암환자 13명을 치료하며 그 과정을 공개했다. 99년 한 방송에 소개됐으나 외부 압력 때문에 중단됐다. 다른 방송국으로 옮겨 나머지를 공개했다. 96∼2006년 4기암 환자 216명에게 자신이 만든 한방항암제 ‘넥시아’를 처방했다. 이 가운데 114명이 5년 이상 살았고 89명은 생존해 있다. 20일 시위를 주도한 대한암환우협회는 이들이 만든 단체다.

 넥시아는 한방에서 사용해온 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암 치료제다. 최 교수는 “4기 암 환자의 99%가 6개월 내 숨진다는 상식을 뒤집었다. 그런데도 그걸 믿지 못하고 투서와 고소·고발이 잇따랐다”며 “한의학을 대표하는 항암제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편견과 맞서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성과는 국제사회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넥시아를 복용한 50대 초반 4기 암 환자 2명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40개월 이상 생존한 사례가 지난해 7월 유럽 암의사회 공식 저널인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실렸다. 지금까지 SCI(과학논문색인)급 국제학술지에 8편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넥시아는 주로 폐·혈액·대장암 등에 쓰인다.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조제하는 약은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의료행위의 일부다. 최 교수는 넥시아를 만들면서 춘천의 AZI라는 회사에서 품질관리를 받았다. 옻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에서 만들 수 없어서다. SCI 논문에 내려면 약물 품질관리(QC)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식약청은 “신고를 하지 않은 외부 소재 업체(AZI)를 통해 의약품을 대량 제조해 한 알에 3만~9만원에 팔았다”며 무허가 의약품 제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식약청 고위 관계자는 “탕제실이 아니라 별도의 식품회사에 생산을 위탁한 것은 약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95년 젊은 폐암 환자의 부모가 자식의 고통을 보다 못해 안락사를 부탁하자 큰 충격을 받고 말기암 환자 치료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지난 10년간 검찰·경찰 등의 수사를 세 차례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102번 소환조사를 받았다. 최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해 눈이 나빠지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문병 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행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교수의 고행길이 여기서 끝날지는 미지수다. 식약청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런 근거 없이 공권력을 행사했겠느냐”며 “최 교수가 문제가 없다면 수사에 협조해 무혐의를 입증하면 되는데, 그러지는 않고 여기저기 ‘억울하다’는 말만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최원철 교수는=1964년 인천 출생. 인천고와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88년)한 뒤 인천에서 통증 전문 광혜한방병원을 운영했다. 97년 중국 요녕중의약대, 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의대에서 각각 명예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을 맡았으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기획진료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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