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군의관, 목숨 걸고 수술한 전우 5년만에 감격의 포옹

미주중앙

입력

16일 애틀랜타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뉴 아메리칸 히어로' 수상식에서 군의관 존 오(왼쪽 두번째) 중령이 자신이 수술했던 채닝 모스(세번째) 일병과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한인 군의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목숨을 걸고 구해낸 미군 병사와 5년만에 감동의 상봉을 가졌다.

미 육군 군의관인 존 오 중령(39)은 16일 애틀랜타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우호협회 연례만찬에서 '뉴 아메리칸 히어로' 상을 수상했다. 오 중령은 지난 2006년 3월 16일 아프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로켓탄이 허벅지에 박힌 채 야전병원으로 실려온 미군 채닝 모스 일병을 목숨을 걸고 수술했다. 당시 오 중령과 2명의 군의관은 위험한 상황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수술을 강행, 폭탄을 제거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현재 독일에서 복무중인 오 중령은 '뉴 아메리칸 히어로' 수상을 위해 애틀랜타를 방문, 조지아주 코빙턴에 거주하고 있던 모스 일병과 5년만에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모스 일병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험비를 타고 순찰하던도중 탈레반의 로켓추진수류탄(RPG) 공격을 받았고 의식을 잃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왼쪽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폭탄뇌관과 기폭장치가 박힌 상태로 헬기로 후송,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모스 일병은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나를 수술했다는 사실 자체가 보통 사람으로서는 할수 없는 일"이라며 "전쟁터에서 무사히 살아돌아와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것도 오 중령 덕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오 중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매운 김치를 먹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 중령은 "규칙대로라면 위험한 폭발물은 수술실에 들여놓아서는 안되지만 폭탄이 박힌채 의식을 잃은 모스 일병 또한 구해야 했다"며 "결국 모든 사람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자원자 3명과 함께 방탄 헬멧과 조끼를 입고 수술하는 쪽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는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건강해진 모스 일병을 다시 보게 되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중령은 이런 공로로 지난 2007년 1월 비교전상태에서 동료군인의 생명을 구하는 영웅적인 미군에게 수여하는 '솔저스 메달'('Soldier's Medal)을 받았다.

'뉴 아메리칸 히어로' 상은 한미우호협회가 한국계 미국인 중 이민사회의 자부심을 고취시킨 사람을 상대로 시상하는 상이다. 한미우호협회 의장인 래리 엘리스 장군은 "오 중령이야말로 미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진정한 영웅"이라며 시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오 중령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모스 일병 같은 장병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며 한미우호협회가 제정한 '뉴아메리칸 히어로' 상금 1만달러를 상이군인 재단에 기부했다.

1971년생인 오 중령은 3살 때 메릴랜드로 이민온 뒤 육군사관학교, 뉴욕 메디컬스쿨을 졸업했으며, 지난 2005년부터 아프간에서 복무를 시작했다.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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