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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7집 ‘멜로디와 수채화’ 낸 가수 권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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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4년 만에 앨범을 낸 싱어 송 라이터 권진원. “뮤지션은 자신의 음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조문규 기자]

모든 건 그 시(詩)에서 비롯됐다.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양탄자 위에 너의 옷/그리고 내 침대 속의 너/…/내 삶의 따사로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1900~77)의 ‘알리칸테’ 다. 싱어 송 라이터 권진원(45)이 이 시와 마주치자 담백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사라지는 사랑. 그의 음악이 그 사랑을 품었다.

 권진원이 4년 만에 7집 앨범 ‘멜로디와 수채화’를 냈다. 2~3분 가량의 짤막한 노래 10곡이 담겼다. 단출한 프레베르의 시를 꼭 닮았다. 전체 앨범이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간다.

 “프레베르 시에 나타난 사랑의 느낌을 곧장 곡으로 옮겼어요. 어떤 멜로디를 품고 있는 것 같았죠. 1번 트랙 ‘멜로디와 수채화’는 이번 앨범의 출발점이면서 전체 음반을 조망하는 곡이에요.”

 왜 프랑스 시였을까. 10곡 모두 권진원이 곡을 붙였지만, 작사에는 더러 ‘유기환’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인 유기환 한국외대 프랑스어과 교수다. 시에서 출발한 음악이 프랑스 문학박사인 남편의 노랫말로 화사한 옷을 입었다.

 “사랑의 이런저런 모습을 노래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부부 이야기도 있어요. 제가 쓴 멜로디를 남편의 노랫말이 감싸고…. 음악과 문학의 행복한 만남이랄까요.”

 때문에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한꺼번에 듣는 편이 좋다. 서론 격인 ‘멜로디와 수채화’가 지나간 자리를 ‘언제 볼 수 있나요’ ‘무슨 일이 있나요’ 등이 메우면서 한 편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아노 연주곡 ‘예쁜 걸음마’와 ‘오늘 아침 비’는 그 이야기의 막간 전환을 돕는다.

 슬픈 정서의 마이너 코드는 마지막 트랙 ‘누구나’뿐이다. 이 노래도 ‘또 다시 길을 걷지 누구나 또 아름답지’란 가사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상냥하게 쓸쓸한 음악이랄까. 그는 “(쓸쓸한 마이너 대신) 주로 메이저 스케일로 음악을 풀어낸다. 슬픔을 한번 더 걸러내면 슬픔조차 아름답게 여길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눈물을 쏟았다. 지난달 말 학전 20주년 기념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었다. 학전 김민기 대표가 객석에 있던 그를 불러냈고, 양희은 등과 ‘아침이슬’을 부르다 울음이 터졌다. 그는 “지난 세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했다”고 했다. 서울 대학로 학전 소극장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솔로 가수로 전향한 그가 1995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곳. 이곳에서 다음 달 7, 8, 10일 7집 발매 기념 콘서트(02-3452-2018)를 연다. ‘노래 만들고 부르는 여자들과 함께 하는 권진원 음악회’라는 타이틀이다. 박기영·요조·유발이·이아립 등 여성 싱어 송 라이터가 대거 참여한다.

 그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최고가 아닌 진짜가 돼야 한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에너지가 진짜의 조건이다. 시장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음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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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가수

19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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