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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세 김포 할머니 “나이 세다 말았어요” 123세 안양 할머니 “가족들도 긴가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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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최고령 노인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사는 114살 할머니 베시 쿠퍼다. 기네스협회가 지난달 11일 인증했다. 본지는 한국 최고령 노인 찾기를 시도했다. 우선 행정안전부에 문의했다. 2월 말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100세가 넘는 노인은 2862명이었으며, 최고령은 132세(1879년생) 할머니 두 명이었다. 맞다면 안중근 의사, 시인 한용운과 동갑이다. 하지만 경남의 박모씨는 실제로 97세, 경기도 군포의 전모씨는 92세였다. 두 할머니는 “호적이 잘못됐는데 고치지 않고 그냥 살았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담당하는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다. 여기에는 경기도 안양의 123세 할머니가 최고령이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10여 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어 본인의 나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건보공단 최원영 부장은 “안양 할머니가 110세를 넘긴 것 같긴 한데 실제 나이는 가족도 모른다”고 전했다.

 노인업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다행히 기초노령연금 대상자의 연령을 확인한 자료가 있었다. 관할 주민센터를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119~132세 18명이 실제 나이와 달랐다. 경기도 김포의 118세 박모 할머니가 최고령이었다. 주민센터가 확인했다고 하니 ‘세계 기록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다. 김포 할머니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께서 요즘도 걸어서 교회를 다녀요. 돋보기를 쓰고 성경을 즐겨 읽으셔요. 아픈 데도 없고 관절도 문제가 없습니다. ”

 외증손녀(41)는 놀라운 얘기를 계속했다. “110살이 넘은 것 같은데 나이를 세다 말았어요.”

 할머니는 충남 온양의 딸한테 나들이를 가고 없었다. 당장 찾아가겠다고 졸랐다. 하지만 딸은 “호적이 잘못돼 98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최고령 노인 찾기는 실패했다. 행안부 주민과 이정민 사무관은 “예전에는 제때 호적신고를 하지 않았고 마을 이장 등이 대신 신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많았다”고 말했다.

 2003년 복지부는 최고령 노인을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처음 발표한 인천 강화의 114세(당시) 할머니는 몇 달 전 숨진 사실이 드러났고, 재차 발표한 경기도 부천의 114세 할머니는 실제 나이가 95세로 밝혀졌다. 그 이후 정부는 최고령 노인을 조사하지 않는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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