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천년 첫주 '1월 효과' 얼마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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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 했다. 뉴밀레니엄이라고 세상이 시끄럽지만 새천년도 하루 하루가 쌓여 1천년일 뿐이다.

오늘부터 첫주가 시작된다. 새해 연휴 이틀을 제외하면 시무식부터 시작되는 이번 주를 보내면서 비로소 2000년대의 개막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연말연시에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역시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문제였다. 해를 넘기고 이틀이 지나도록 다행히 큰 피해는 없다. 컴퓨터 오작동으로 비행기가 떨어지고, 심지어 핵전쟁 발발까지 들먹거렸던 1년전의 근심어린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세계가 Y2K사고 예방에 들인 비용은 최소 3천억달러. 걸프전 비용(5백억~6백억달러)의 다섯배를 웃돈다. 우리도 2조원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워낙 많은 돈이 든데다 막상 아무 일없이 지나니 "이거 사기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 정도다. 아무튼 Y2K 문제는 은행과 증권시장이 다시 문여는 4일을 전후해 '이상 무' 여부가 결판날 전망이다.

마지막 숙제는 아무래도 돈이다. 지난 연말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에 시중에 풀려나갔던 돈은 5조5천억원이 넘는다. 10일 안팎(영업일 기준) 짧은 기간에 풀린 현찰로는 사상 최대규모다.이 돈이 Y2K 비상해제 이후 전액 은행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연초 증권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주 증권시장은 이래저래 여건이 좋다. 새희망.새출발을 담는 전통적인 '1월 효과' 에다 해외여건도 가세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에 영향력이 큰 미국 증시의 새해 첫장이 주목된다.

뉴욕 증시와 나스닥시장은 3일 개장한다. 시차를 감안하면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한국 증시가 개장하는 4일 오전 10시 이전에 확정된다. 지난해말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폐장된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새해 첫장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시장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인터넷 등 핵심 주도주 위주로 심화되고 있는 주가 차별화나 개인투자자들의 소외 등 우리 증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향방도 이번주 시장 흐름을 통해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첫주부터 4차 국토개발 종합계획 등 장.단기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는다. '장밋빛' 이 강한 정책들이 선거가 다가옴을 느끼게 할 것이다.

기업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새해를 맞고 있다. 그룹별 신년사에서 나타난 지식경영.디지털 경영.글로벌기준 등의 지침을 실천에 옮기는 첫 발을 떼고 있다. 천리길도 첫걸음부터라지만 '시작이 반' 이라는 옛말도 있다. 독자 모두에게 절반의 성공이 기약되는 첫주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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