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중은 외국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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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정부의 한국중공업 민영화 절차와 관련, 발전설비 산업의 주권 상실과 기술 예속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등을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들은 29일 외국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ABB에 지분 매입 우선권을 주고 나면 전적으로 기술개발을 이들 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한중이 결국 외국기업의 하청기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국민 세금으로 육성한 한중을 외국에 사실상 수의계약을 통해 헐값으로 매각하는 결과를 낳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민영화 과정에서 기술의 안정적인 도입을 이유로 외국 기업에 특혜를 준 적은 없으며 한중 인수에 관심이 있는 독일 지멘스나 프랑스 알스톰 등 여타 외국 기업들로 부터도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GE와 ABB가 각각 인수했던 헝가리 랭사나 영국 GEC사의 경우 인수가 완료된뒤 거의 모든 공장이 폐쇄되고 일부 부품만 생산하는 하청 공장으로 전락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재계는 반박했다.

대기업들은 또 "엔지니어링과 기자재 납품, 토목, 건설, 금융 등 분야가 망라된 종합산업인 발전설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에도 공정한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영화의 진정한 취지에 맞게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지분 우선 배정이나 공모 형식이 아니라 자유 경쟁입찰에 의해 한중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영화 당사자인 한중은 기존 기술제휴선인 미국의 GE와 ABB-CE에 대한 25% 지분 배정 방안이 포함된데 대해 몹시 흡족해 하는 모습이다.

한중 관계자는 "GE나 ABB에 전략적 제휴 형식으로 일정 지분을 배정한 것은 사업의 연속성을 꾀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최선책"이라며 "특히 향후 5년간 15억달러 상당의 납품계약이 걸려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상장과 이를 통한 우리사주 조합에 대한 지분 배정도 기존 노사 합의안의 취지에 맞게 노조의 반발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는 표정이다.

한중은 그러나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진 점과 '주인없는 민영화'가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부 방침에 따를 뿐이지 우리로서는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입장 표명을 기피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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