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이 좋아” … 실속 바람이 재건축 패턴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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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철거가 끝난 서울 역삼동 개나리5차 자리에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큰 주택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조합원 일부가 중소형을 선택하면서 중대형 일반분양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청약시장에 실속 바람이 불면서 재건축 패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전용면적을 작게 재건축하는 사례(본지 3월 23일자 E1면)가 나타난 데 이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중심으로 재건축 계획을 바꾸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은 큰 주택형 배정을 선호했으나 이제는 가급적 중소형을 가지고 중대형은 일반분양으로 돌리는 식이다.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과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약세, 고령화 인구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건설이 5월 분양할 서울 화곡동 화곡3주구의 경우 조합원분과 일반분양분 간 크기 차이가 많이 난다. 총 2603가구로 재건축되는 이 단지의 조합원 물량은 1864가구다. 이 중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78%다. 반면 일반청약자 몫인 739가구는 중소형 비율이 27%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이 중소형을 많이 배정받고 일반청약자에게는 큰 아파트가 많이 배정됐다는 뜻이다.

 2005년 6월 분양된 화곡2주구는 일반분양 물량(498가구)의 84%가 중소형이었고 중대형은 8가구에 불과했다. 6년 새 판도가 바뀐 것이다. 벽산건설이 서울 성내동에서 재건축하는 미주아파트 사례도 비슷하다. 조합원 몫인 396가구의 89%가 중소형으로 이뤄지고 일반인 몫으로 남은 것은 전용 115㎡ 39가구뿐이다. 인근 시온부동산 홍석분 사장은 “종전에는 일반인들이 중대형에 청약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개나리5차 재건축 단지에서는 당초 일반분양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았던 전용 127㎡형 16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이 주택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조합원 16명이 전용 84㎡의 중소형을 원했기 때문이다.



 중대형 중심으로 짓겠다던 계획을 바꾼 재건축 단지도 있다. 서울 반포동 신반포1차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278%에서 299%로 높아지면서 사업 내용이 확 달라졌다. 당초 짓기로 한 928가구 중 중소형 비율은 55%(514가구)였고 나머지는 전용 143~238㎡ 대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바뀐 계획안은 총 1255가구 중 65%인 825가구가 중소형이다. 나머지 중대형도 113~184㎡로 평균 크기를 줄였다. 서울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도 재건축 건립 계획을 중소형 위주로 바꿀 계획이다. 중대형을 전체 건립가구의 35%(528가구)에서 14%(230가구)로 줄였다. 이렇게 되면서 전용 60~85㎡가 675가구(44%)에서 1088가구(65%)로 크게 늘어난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집이 작을수록 조합원들에게 부과되는 추가부담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설계로 실사용 면적이 늘어난 데다 1~2인 노인가구의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재건축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곳이 많기 때문에 장년·노년층 중심의 조합원들이 작은 아파트를 선호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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