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인터넷 상거래 돈받고 튀는 사기 극성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팔고 사는 이른바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기극의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있지도 않은 상품을 그럴싸하게 광고한 뒤 불특정 다수로부터 물건값을 송금받아 잠적하는 수법이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급속히 붐이 일고 있는 거래형태이면서도 아직 일반의 인식이나 관련제도가 걸음마 단계라는 허점을 노려 생겨난 신종범죄다.

범인들은 특히 추적을 피해 물건값 수금에 주로 가명(假名)통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실명제의 허점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회사원 吳모(36)씨는 지난 5월 인터넷 검색 중 '가정에서 영어를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다'고 선전한 한 사이버학원 광고를 보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30만원의 수강료를 온라인 송금한 뒤 사흘간 인터넷상에서 진행되던 음성 토익(TOEIC)강의는 갑자기 그 사이트가 사라져버리면서 끊겨버렸다.

吳씨의 신고를 받은 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모은행에 개설됐던 입금계좌는 가명이었고, 사이트 등록자의 신원정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난 10월엔 '10만원을 입금하면 5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돈을 낸 3백70여명이 수금자의 잠적으로 무더기 피해를 보기도 했고, 심지어 영농조합을 사칭한 인터넷 쇼핑몰에 해산물 배달을 주문했다가 돈을 떼인 사례 등도 최근 잇따랐다.

이들 사기범은 각종 상품 판매는 물론 경품 지급.사이버학원 수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소비자를 유혹하고 허위.과장광고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어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은 물론 게재 내용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 그리고 얼굴을 맞대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한정 세일즈를 할 수 있으며 범행 후에도 추적이 안된다는 점 등이 성행 이유다.

특히 미래형 쇼핑시장인 전자상거래는 값싼 직매(直賣)식 유통형태 및 때와 장소가 따로 없는 구매의 편리성 등 강점 때문에 내년엔 시장규모가 올해의 3배 정도인 1조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돼 이에 따른 사기행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산지검 진경준(陳炅準)검사는 "규제를 받지 않는 광범위한 사이버공간이라는 성격 때문에 애당초 통제가 불가능해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조심하는 게 유일한 방법" 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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