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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과 소통 늘려 방사능 공포 씻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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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수소 폭발로 누출된 방사능 물질 때문에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북서풍을 타고 미국과 유럽을 돌아 다시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17일에는 미국 서해안, 22일은 북유럽의 아이슬란드, 24일에는 프랑스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한국도 지난 23일 강원도에서 방사성 물질인 제논(Xe)이 0.001베크렐(㏃) 발견된 뒤 27일에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아직 방사능 노출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감과 심리적 동요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 현장도 꼬여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핵연료의 용해(溶解:멜트다운)를 인정했으며 원전 터빈실의 물 웅덩이에서 초(超)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원전 복구작업은 예상 외로 지연되고, 대지진과 쓰나미에 침착하던 일본 사회조차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는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장기전에 돌입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지하 웅덩이의 물을 빼내면 또 한번 심각한 방사능 누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뇔 때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불안심리와 동요를 막으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어느 경로로, 얼마만큼 유입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방사능 오염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후유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아와 임신부는 소량의 방사선 노출에도 피해를 보기 쉽다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육(陸)·해(海)·공(空)에 걸친 입체적 감시망을 구축해 방사능 감시 횟수를 늘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즉각 경보(警報)를 발동해야 한다. 광우병 사태 당시 우리는 광우병 그 자체보다 ‘광우병 공포’가 더 큰 문제였음을 이미 경험했다. 일본도 지금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방사능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과 소통을 늘리는 게 방사능 공포를 씻어내는 유일한 길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