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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찬반 토론

동남권 신공항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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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가 24일 부산 가덕도와 25일 경남 밀양을 현지 실사했다. 두 후보지에 대한 경제성과 사회·환경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긴 뒤 5년여를 끌어온 신공항 후보지를 30일 최종 결정한다. 가덕도와 밀양에선 유치열기가 뜨겁지만 둘 중 한곳이 낙점되든지, 두 곳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아 신공항 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공항에 대한 마무리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중국 특수’ 대비한 신공항 필요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여객기 두 대를 붙이면 날개 두 개와 접촉면을 없애고 한 대의 여객기를 만들 수 있다. 태우는 여객은 두 배가 되지만 기체의 무게는 두 배보다 가볍다. 항공여객 1인당 비행무게와 운송비용은 여객기가 대형화할수록 더 낮아진다. 그러나 대형 여객기의 경제성은 거의 만석 비행이라야 실현된다.

 제주발 로스앤젤레스(LA)행 여객기가 만석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해공항도 마찬가지다. 전국 각지의 LA행 여객은 여객기나 KTX 또는 차량 편으로 인천공항에 모인다. 이처럼 전국의 여객을 모으는 인천공항에서는 LA행 대형 여객기를 하루에도 몇 편씩 띄울 수 있다. 각지의 항공여객들을 모아서 장거리 대형 여객기에 실어 보내는 것이 주기능인 공항을 허브 공항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지역공항은 그 지역을 기종점으로 삼는 여객들이 이용한다.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이고, 제주나 김해 공항은 지역공항이다. 인천 허브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의 18%는 일본·중국·동남아에서 온 환승 여객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위치를 놓고 관련 지자체들의 대결이 거세지자 아예 타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다. 신공항이 동남권을 기종점으로 삼는 공항수요를 위한 지역공항이라면 필요가 없다. 현재의 김해공항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고 앞으로 수요가 늘더라도 확장하면 된다.

 그런데 거대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때마침 나타난 저비용 항공의 보급이 항공산업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태세다. 소득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저가항공은 항공수요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항공수요의 확대는 더 많은 숫자의 더 큰 공항들을 요구한다.

 중국이 2020년까지 예정된 92개의 신규 공항을 준공하면 모두 244개의 공항이 가동된다. 이들 공항이 베이징·상하이 등 관문공항에 국제선 여객들을 실어 보낼 것인데 그 규모는 관문공항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중국의 관문공항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국제선 여객들은 주변의 인천공항과 일본 등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공항 또한 조만간 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한 해 인천공항의 중국 환승객은 14.4%나 증가했다. 만약 동남권 신공항이 충분히 큰 규모로 완공된다면 중국으로부터의 초과 공항수요는 자연스럽게 신공항의 환승수요로 모이게 되고, 지역수요와 합치면 충분히 장거리노선을 유치할 규모가 될 것이다.

 동남권의 기종점 수요만으로는 허브공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과 저비용 항공의 양대 변수는 신공항을 새로운 허브공항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비록 10조원이라는 건설비용이 엄청나지만 허브공항으로 자리잡기만 하면 나라 경제는 그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인구 대비 허브공항의 숫자를 놓고 신공항을 비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말이 맞다면 홍콩과 싱가포르 공항은 문을 닫아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반대

‘두 개 허브공항’은 실패한 모델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국제 항공시장은 초대형 항공기(Super-Aircraft)의 출현으로 유럽·동북아·동남아·미국에 각기 1~2개의 허브공항만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유럽에서는 런던·프랑크푸르트·암스테르담이 우위를 점하고, 동북아에서는 경제 규모와 국내 시장을 앞세운 중국의 베이징·상하이·홍콩 공항이 앞서는 가운데 일본의 나리타와 한국의 인천공항이 경쟁하는 구도다.

 우리는 일본 나리타와 간사이 공항의 선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70~80년대 경제력이 상승하던 시기에 일본은 나리타(동일본)와 간사이(서일본) 공항을 서로 경쟁시키며 국제공항으로 키웠다. 나리타공항 개항 시 오사카 중심의 간사이 지역 사람들은 서남권 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인구는 한국의 3배, 경제력은 10배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두 개의 공항(two-port)’ 정책을 채택했던 일본은 이제 하네다공항을 허브로 키우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구 14억의 중국이 3개의 국제공항을 키우고 있고, 1억2000만 명의 일본도 두 개에서 하나로 경쟁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시기에 1300만의 인구로 동남권 국제공항을 건설하자는 것은 그나마 잘나가는 인천국제공항의 발전에 족쇄를 채우는 선택이 될 것이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위해 1억 명이 사용하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완성했고, 지난해 엑스포를 위해 7000만 명이 사용하는 상하이 푸둥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하네다공항 확장을 위해 도쿄만 매립을 마치고 최신 터미널과 활주로를 건설, 인천공항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처리시설을 완성했다.

 이에 대비해 국토부는 인천공항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해 3단계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동남권 공항의 출현이 가시화될 때 그 순항이 의심된다. 더구나 현대 공항의 필수조건인 국제공항복합도시(Air-City) 건설 등에 추가로 약 2조원의 투자가 요구된다. 이 경우도 정부의 강력한 ‘하나의 공항’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일본이 엄청난 국력과 많은 인구를 가지고도 두 개의 공항 정책에 실패했던 선례를 보면, 현재 우리의 경제와 인구 규모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발상이다.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키우고 터미널과 계류장만 보강하면 김포공항과 함께 인천공항의 서브(Sub)공항으로서 상호보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동남권 공항은 인프라 구축으로 어느 정도의 지역경제에 효과가 있겠으나 한정된 항공노선으로 그 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8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에 비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고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지역균형 발전에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본다.

 균형발전에 왕도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대통령’, 즉 경제를 되살리는 사명을 띠고 탄생했다. 동북아 물류중심으로서 인천공항이 규모경제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허브공항 위치를 우선 확고히 해야 하기에 동남권 공항은 백지화돼야 할 것이다.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