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천안함 1년 … 우린 지금 어디에 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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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 폭침 사건 1년. 백령도 앞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숨져간 해군 장병 46명을 애달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UDT의 전설’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희생도, 찢기고 뜯긴 내장을 드러낸 채 평택 2함대 한구석에 전시 중인 천안함의 참혹한 모습도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상흔(傷痕)으로 남아 있다. 지난 1년 우리는 수없는 다짐과 반성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 잠수정의 비열한 어뢰 공격을 허용한 방어태세, 우왕좌왕한 군 수뇌부의 무기력, 무책임한 인사들의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로 벌어진 논란, 중국에 막혀 버린 대북 응징 등 실망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사과는커녕 ‘남한 불순세력의 자작극’ 운운하며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1년 우린 무엇을 했고 앞으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대북 경각심을 결정적으로 높였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의혹 논란은 크게 잦아들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우리 젊은이들은 힘들고 위험한 해병대 근무를 앞다퉈 자원하고 나섰다. 우리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북한의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 확전(擴戰)을 두려워하지 않는 즉시 응전 지침도 최전방에 내려졌다. 총체적인 국방개혁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 때까지 우리의 대비는 계속될 것이다. 다신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준비는 우리의 일상 생활이 돼야 한다.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에 본질적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더 이상 맹목적일 수 없게 됐다. 막연히 변화를 기대하며 무작정 호의를 베푸는 대북정책은 더 이상 지탱할 근거를 상실했다. 핵무기와 대규모 특수부대 등 비수를 들이대며 식량과 외화를 구걸하는 북한의 강도적 요구는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게 됐다. 평화 공존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증명할 때까지 ‘동포의 온정(溫情)’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 오늘의 대북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일부이며 언젠가는 함께 번영을 도모해야 할 이웃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독재 체제 아래 두려움에 떨며 간신히 목숨을 이어가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우리 동포임을 잊을 순 없다. 북한 지도부가, 아니면 북한 민중이, 시대착오적인 체제를 개혁하려 나설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릴 것이다. 그 순간 북한 주민 모두가 우리가 선도하는 지구촌 전체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다.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번영을 구가(謳歌)하는 한반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천안함의 비극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때까지 호전적인 북한 지도부의 손발을 꽁꽁 묶어둬야 한다. 제2의 천안함 사건, 제2의 연평도 공격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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