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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군 벵가지 턱밑까지 … “항복하라”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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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리비아 정부군이 16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도시 아즈다비야의 서쪽 관문에 입성한 후 환호하고 있다. 아즈다비야는 시민군의 근거지인 동부 벵가지로 향하는 중요 거점이다. [아즈다비야 로이터=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리비아 시민군이 초토화될 위기에 몰렸다. 카디피군과 시민군은 17일 서부 미스라타와 동부 아즈다비야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관계기사 32면>

 미스라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으로 동부지역에서 시민군이 장악 중인 유일한 도시다. 리비아 국영TV는 “정부군이 미스라타를 탈환했다”고 보도했으나 시민군은 “카다피군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자들의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즈다비야에선 시민군이 크게 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탈출 시민들의 목격담으로 미뤄 이 도시의 상당 부분을 카다피군이 장악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즈다비야에서 동쪽으로 약 160㎞ 떨어진 곳에는 시민군의 거점 도시 벵가지가 있다.

리비아 인구의 10분의 1 에 해당하는 인구 65만 명의 이 도시에 시민군은 임시정부를 세웠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유럽의 보도전문 방송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은 벵가지 인근까지 당도했으며, 48시간 안에 군사작전이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 국민에게 범죄를 저지른 반역자들과 용병들은 이집트로 떠나라”고 덧붙였다. 카디피군의 고위 관계자도 국영TV를 통해 벵가지 시민들에게 “군사시설 주변에서 벗어나라”며 최후 통첩을 보냈다.

 벵가지에 대한 카다피군의 공습 가능성이 제기되자 적십자사 등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집트 국경 인근 도시 토브룩 등으로 본부를 옮겼다. 아즈다비야에서 벵가지로 이르는 길에는 시민군이 방어 진지로 사용할 만한 시설이 드물다. 카다피군은 최근 일주일 동안 동부지역에서 200㎞ 이상을 진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리비아 민간인 보호를 위한 결의안 초안을 검토했다. 결의안은 리비아 영공에서의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금지시키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결의안을 즉각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국제사회가 비행금지 이상의 별도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비행금지 조치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안보리는 곧 15개 이사국의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하고 있어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거부권을 갖고 있는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결의안 통과는 무산된다.

 한편 사이프 알이슬람은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리비아가 정치자금을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르코지는 리비아에서 가져간 대선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자금 전달을 입증하는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카다피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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