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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관객이 함께 불렀다, 호텔 캘리포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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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글스의 첫 내한 공연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무대에 선 기타리스트 글렌 프라이(왼쪽)와 조 월시. [연합뉴스]


오래됨은 낡음의 동의어가 아니었다. 올해로 결성 40주년을 맞이한 미국 록밴드 이글스(Eagles)는 오래됨이 원숙함의 한 징표임을 또렷이 증명했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첫 내한공연에서다.

 이날 공연장 둘레는 봄을 막아서는 찬바람이 몰아쳤다. 하지만 미국 록의 전설을 맞이하려는 한국 팬들은 바람을 밀어내며 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번 공연은 팝스타의 내한 콘서트 사상 가장 비싼 티켓 값(FR석 기준 33만원)에도 불구하고 1만여 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주최 측인 CJ E&M에 따르면, 특히 40대 예매율(55.9%)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실제 이날 공연엔 40~50대 중년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이글스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를 또렷이 기억하는 관객들은 추억의 음악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었다. 공연은 ‘세븐 브릿지 로드(Seven Bridge Road)’로 문을 열었다. 돈 헨리(드럼·64)·글렌 프라이(기타·63)·조 월시(기타·64)·티머시 슈밋(베이스·64) 전설의 네 멤버가 “식사하셨어요”란 한국어 인사를 건네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무대는 전성기였던 70년대와 재결성 이후인 90년대, 2000년대 히트곡을 오가며 이어졌다. 이글스는 79년 해체됐다가 94년에 재결합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반백의 뮤지션들의 음악은 세월과 더불어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네 명의 멤버가 함께 들려주는 화음은 촘촘했고, 관객의 마음을 내내 파닥거리게 했다. 최근에도 공연 1회당 155만달러(약 17억 5000만원)를 벌어들이는 이글스다.

 공연의 초입을 막 지났을 즈음 그 노래가 나왔다.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익숙한 전주에 객석이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76년 발표된 이 노래는 그 시절을 살았던 관객들은 물론, 그 이후에 태어난 관객들까지 하나로 묶어냈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 즈음 10여 분간 공연이 멈췄다. 대중 가수의 공연으론 이례적인 ‘인터미션(Intermission·막간 휴식)’이었다. 중·장년의 관객들을 배려한 시간인 듯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거장들은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의 어쿠스틱 선율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3시간 가끼이 계속된 공연은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레인(Life In The Fast Lane)’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글스를 40년간 기다려온 관객들은 이들을 보내지 않았다. 4~5분간 박수가 계속됐고, 마침내 앙코르 무대가 열렸다. 마지막 곡 ‘데스페라도(Desperado)’가 흘러나오자 객석이 한 목소리로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미국 록의 전설이 선사한 추억의 음악 여행은 그렇게 저물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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