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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쓰나미, 100명 탄 여객선도 달리던 열차도 집어삼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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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오후 쓰나미(지진해일)가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를 습격하고 있다. 높이 10m에 이르는 이 ‘자연 괴물’ 앞에서 전봇대가 너무 초라해 보인다.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선 지진과 쓰나미로 300채의 주택·건물이 쓸려갔다. 곳곳마다 건물들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소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나토리 교도=연합뉴스]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으로 일본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특히 인구 7만4000명의 평안한 항구도시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는 이번 지진으로 불과 물의 지옥으로 변했다.

NHK방송은 게센누마시 시가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이 도시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육상자위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육상자위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헬기에서 영상을 촬영했다. 여기에 게센누마코요 고등학교를 비롯한 주요 건물이 쓰나미로 인해 물에 잠기며 수몰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기현에선 대형 쓰나미가 밀려온 이날 승객 100명을 태운 선박이 쓰나미에 휩쓸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경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한 뒤 배의 행방과 승객 생존 여부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시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3개가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원전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진 직후 이바라키현 원자력발전소 11기는 자동 정지했다. 후쿠시마(福島) 원자로에도 경보가 발령됐다.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인 인구 100만 명의 미야기현 센다이(仙臺)시의 피해도 컸다. 센다이에선 현재 건물 붕괴 및 화재 피해 외에도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었다. 자동차와 선박은 물론 건물 등이 역류한 바닷물에 휩쓸렸다. 각종 잔해를 끌어안고 밀려오는 물이 논밭과 주택을 휩쓰는 모습이 NHK로 생중계됐다.

 센다이공항에선 승객들이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한 모습이 TV로 전해졌다. 센다이시 중심가 도로에는 깨진 유리가 흩어졌고, 건물에서 뛰쳐나온 이들도 많이 목격됐다. 침수 지역 주택에선 창문을 통해 흰 천을 흔들며 구조 요청을 하는 이재민의 모습도 보였다. 교도통신은 후쿠시마현의 한 댐이 붕괴됐고 이로 인해 터져 나온 물과 잔해가 인근 주택을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테(巖手)현 오후나토(大船渡)시에서도 지진 충격과 쓰나미로 300채의 주택과 건물과 붕괴되고 유실됐다. 후쿠시마현 소마(相馬)·미나미소마(南相馬) 2개시 해안에선 쓰나미로 마을이 휩쓸려 나가면서 사망자가 300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지바(千葉)현 이치하라시에 있는 ‘코스모오일’ 정유소에선 화염에 휩싸여 불길이 30m 높이까지 치솟았다. 미야기현 시오가마(鹽釜)시에 있는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화재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지바현의 JFE홀딩스 제철소도 폭발해 화염에 휩싸였다. 도쿄를 비롯한 6개 도·현에서 5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이 많아 정확한 피해가 즉각 집계되지 않고 있어 인명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승호 기자

◆도호쿠(東北) 지방=일본의 8개(홋카이도·도호쿠·간토·주부·긴키·주고쿠·시코쿠·규슈) 지방 가운데 하나로 동북부 지역의 6개 현을 가리킨다. 오모리·이와테·미야기·아키다·야마가타·후쿠시마 등으로 이뤄졌다. 인구 1192만 명에 면적 7만90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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