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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하이 현지 조사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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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몽준(左), 손학규(右)

청와대는 9일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 정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총리실에서 관계 기관과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 대한 현지 조사까지 하게 된다.

 청와대가 상하이 스캔들을 인지한 건 1월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진정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해 보라고 했고, 이후 신빙성이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도 이 무렵으로,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보고했다 한다. 이 대통령이 “외교관은 진정성을 가지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지난달 22일 재외공관장 회의), “오지에 나간 외교 공무원들이 서울에 줄을 대서 실력자가 방문하면 거창하게 대접해서 다음 인사 때 좋은 곳으로 가려 한다”(5일 과장급 공무원 특강)는 등 외교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캔들 사건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이 가시 있는 얘기를 한 셈이다.

 청와대에선 “현재로선 치정(癡情)사건 같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덩신밍(鄧新明·등신명)이 공관의 기밀정보를 빼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이날 ‘치욕’ ‘수치’ ‘한심’ 등의 표현을 쓰며 개탄했다. 관련자 문책도 요구했다. 김형오(한나라당) 전 국회의장은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사건을) 상하이판 마타하리로 할지, 추잡한 성스캔들로 할지, 극비문서 유출사건이라고 할지 공직기강의 해이가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한마디로 국가 망신으로 정부 운영시스템이 무너져 내린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거론하며 “국가기강이 전면적으로 붕괴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스파이 사건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를 일찍 알고도 은폐·축소한 외교부·법무부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익을 위하는 외교관 이미지가 포르노 배우를 연상케 만든 치욕스러운 사건”이라고 했다. 신학용 의원은 “덩신밍이 수집한 기밀정보 내용 등을 보면 2004년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정보당국의 미인계에 당했던 사건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윤봉길 의사가 일제에 폭탄을 던진 상하이에서 우리 외교관들이 수치심의 폭탄을 던졌다”고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송구스럽다”며 “상하이 총영사관에 대한 특별 합동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앞으로 재외 공관의 근무기강 확립과 보안 강화를 위해 모든 해외공관 직원들에 대한 직무감찰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고정애·채병건·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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