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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대한민국 대학생 … 한양대 4학년 오로라씨의 등록금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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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로라씨가 7일 한양대 내 학생휴게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조문규 기자]

2011년 봄,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로 힘겨워지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3월 1일자 4면)과 주부(3월 3일자 4면)에 이어 대학생 오로라(22·4학년)씨를 통해 그 실상을 조명해봤다. 오씨는 등록금 인상이 자신의 생활을 죄어오고 있다고 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에 재학 중인 오로라씨는 등록금 통지서만 받아들면 한숨이 나온다. 이번 학기 등록금은 417만원. 지난해 2.8% 인상됐고, 올해는 2.9% 인상됐다. 학과 특성상 실습비까지 붙어 인문·사회계열보다 50만~60만원 정도 많다.

 오씨는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등록금·기숙사비·생활비 등 명목으로 지금까지 받은 대출은 2000만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방식을 택했지만 돈이 없어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대출을 받은 1학년 땐 이자율이 5% 정도였는데 올해는 7%다. 취업 후에 갚는 방법, 10년에 걸쳐 갚아나가는 방법 등이 있지만 오씨는 “30대 초반까지 등록금을 갚고 있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말한다.

 오씨는 통장에서 2만~5만원씩 대출 이자가 빠져나가는 매달 5일, 24일, 28일이 두렵다. 커피숍에서 한 달에 6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월 30만원 정도 벌지만 식비·주거비·교통비를 내고 나면 한 달에 3만원도 남기기 힘들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자를 내지 못했더니 한국장학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6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취업하는 데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미래까지 저당 잡히게 된 형국이다.



 “장학재단에서 걸려온 전화가 ‘협박 아닌 협박’처럼 들렸어요.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씨의 아버지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어머니는 이벤트 업체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 하지만 어머니 사업과 남매의 교육비로 지게 된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오씨의 등록금을 댈 수가 없다. 오씨는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 늘 어느 정도의 장학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장학금을 받지 못해 전액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그는 월 33만원 하는 고시원에 살고 있다. 지난해 봄만 해도 보증금 없이 월 35만원에 구할 수 있었던 하숙집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으로 뛰었다. 오씨가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인근 하숙집 주인들이 전세대란을 틈타 담합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모님이 처음엔 여자애가 어떻게 고시원에서 혼자 사느냐고 반대했어요. 그런데 집세가 너무 비싸니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죠.”

 결국 줄일 것은 식비밖에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오후 10시, 대형 할인점 세일 시간에 맞춰 장을 보러 간다는 오씨의 식단은 간단하다. 방울토마토 한 팩, 바나나 한 송이, 시리얼 한 박스가 전부다. 처음 3일은 방울토마토를 먹고, 그 후 3일은 익은 바나나를 먹는다. 저녁은 시리얼로 때운다.

  1500원이면 되던 구내식당의 백반 가격은 이번 학기부터 2000~2500원으로 올랐다.

 오씨의 꿈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다. 하지만 그 앞엔 넘어야 할 산도, 쏟아야 할 돈도 너무 많이 남아 있다. 토익 등 어학 자격시험 비용만 해도 한 번에 3만~10만원씩 한다. 아나운서 아카데미 비용은 최소 석 달에 200만원이다.

 ‘대출 이자를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쫓기며 산다는 오씨에게 평범한 대학생활은 먼 꿈에 불과했다.

글=효은·민경원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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