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대형 아파트 경매 낙찰률 44.7%, 중소형 눌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감정가 16억원인 서초구 반포동 경남아파트 155㎡형(이하 전용면적) 입찰에 9명이 몰렸다. 낙찰가는 15억388만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4%였다.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됐던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167㎡형 입찰에는 9명이 응찰했다. 감정가 17억원짜리 이 아파트의 낙찰가는 15억550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90%를 넘었다.

 수도권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중대형 주택(전용 85㎡ 초과)이 뜨고 있다. 전세난이 심화되자 경매로 나온 중대형에도 수요자들이 슬슬 몰리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44.7%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낙찰률이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낙찰률이 40%를 넘으면 활기를 띠는 것으로 평가한다. 전세난 영향으로 인기가 높은 수도권 중소형(전용 85㎡ 이하) 주택의 낙찰률(44.2%)을 웃도는 것이다.

 응찰자도 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건당 월 평균 응찰자수는 지난해 4.2명까지 떨어졌다가 올 1월 들어 6.6명까지 늘어났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하거나 주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싸게 팔리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중대형 주택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80.7%를 기록했고, 감정가 이상의 고가낙찰도 속출했다. 지난달 감정가 23억원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160㎡형은 23억5100만원(낙찰가율 102.2%)에 주인을 찾았고, 감정가 18억원짜리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167㎡형은 18억원에 주인을 만났다(낙찰가율 100%).

 경매시장에서 중대형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주택 매매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경매전문 중개업소인 대한컨설팅 홍종철 소장은 “지난해는 거의 없던 중대형 주택 경매 상담이 요즘 하루 한두 건씩으로 늘었다”며 “싸게 잡으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물론 중대형 아파트 모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지난달 입찰에 붙여졌던 서대문구 홍제동 M아파트 141㎡형이나 강남구 청담동 H아파트 207㎡형 등은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두 번이나 유찰됐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한때 묻지마식 입찰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인기 지역의 유망 물건에만 몰리는 선별투자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앞으로는 값이 회복되던 지난해 4분기 이후 경매에 부쳐진 물건이 많이 나오므로 감정가가 높아지고 물량도 많지 않다. 또 금리가 더 오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끝나 시장이 움츠러들 경우 경매 투자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메리트의 박미옥 본부장은 “집값이 조금씩 회복하는 추세여서 인기지역의 경매물건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박일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