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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다시 떠오르는 ‘현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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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권승화
언스트앤영 한영 대표이사

세계화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으나 이후 경기 회복, 기술 혁신, 신흥시장 부흥 등에 힘입어 최근 다시 탄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 같은 대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대목은 위기를 거치면서 세계화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핵심은 바로 ‘다중심적 세계(polycentric world)’의 출현이다. 과거에는 성장·혁신·인재 등 모든 것이 선진국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어느 한 곳만 중심이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언스트앤영이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화 지수와 함께 공개한 ‘다중심적 세계에서의 성공 전략’ 보고서엔 이 같은 변화된 환경 속의 기업 성공 전략이 제시돼 있다.

 다중심적 세계의 출현은 기본적으로 신흥국의 부상 및 구매력 향상으로 소비자 욕구와 수요가 다양해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를테면 기업들이 이전에는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을 만들고자(made in China)’ 현지에 진출했다면, 지금은 거대 시장으로서 ‘중국에 팔 상품을 만들고자(made for China)’ 경쟁하고 있다.

 비즈니스 기회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후진국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퍼져 있어 많은 기업은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벌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특정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끼리 격돌했다면 이제는 다국적기업이 현지 시장의 떠오르는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경쟁의 조건과 양상이 상이한 만큼 기업의 역량과 자원도 시장에 따라 다르게 배분돼야 한다. 진출 시장에 따라 어떻게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

 그렇다면 다중심적 세계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현지 시장의 요구에 잘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전체의 운영 모델은 한층 더 글로벌한 수준으로 높이더라도 진출 시장별로는 더욱 현지화한 전략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R&D) 활동의 전략 거점을 주요 시장에 분산 배치하는 식의 노력을 통해 혁신에 대해서도 각 시장에 맞게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제품은 다른 시장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 및 규제 당국 간 더욱 협력적인 관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 및 법규 준수가 주요 글로벌 비즈니스 리스크로 떠오른 상황에서 진출국의 규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시장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따져 경영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국적·인종·성별을 넘어서는 다양성과 풍부한 글로벌 경험으로 무장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함으로써 시장별로 운영의 속도를 달리하며 다양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신흥시장에서는 보고 체계를 간소화함으로써 민첩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세계화의 새로운 장(章)으로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규모와 역량, 전략에 더해 현지 시장과 고객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기업만이 새로운 ‘게임의 룰’에 발 빠르게 적응해 진정한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권승화 언스트앤영 한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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