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아우보다 못한 형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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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는 없다고 하였던가... 하지만 요즘 주말 저녁 브라운관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KBS 2TV 〈사랑하세요?〉와 MBC 〈남의 속도 모르고〉의 박상현(최수종 분)과 최소한(유동근 분)이 바로 아우보다 못한 형들.

근소한 차이의 시청률을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드라마의 주역인 상현 - 상진, 소한 - 대한 형제는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좌충우돌 사고뭉치에 경제적 능력도 전무한 형과 사리분별 분명하고 자신의 앞가름 확실하여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동생. 〈사랑하세요?〉는 정통멜로를 〈남의 속도 모르고〉는 코믹 가족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캐릭터묘사와 상황설정의 단계로 유사한 스토리 전개를 보이고 있다.

먼저 〈남의 속도 모르고〉의 경우, 대학원에 적을 둔 '늙은 학상'인 소한은 객관적으로 볼때 아우에게 빈대붙어 살고 있는 백수. 일하기 싫어하고 잔머리로 세상을 헤쳐나가려 해서 현재 더부살이 중인 동생 친구 전남도(홍학표 분)의 누나 전남자(이미숙 분)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사랑하세요?〉의 상현 역시 대책없는 백수건달로 1-2회 방영분에서 이미 사기를 당하고 집을 날리는 대형사고를 친 바 있다.

이들은 패션감각도 비슷하여 첫 방영분에서 소한은 연분홍색 트레이닝을, 상현은 진분홍색 남방에 노랑 넥타이를 입어 '분홍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더이상 동생에 짐이 되기를 거부하며 '경제활동'에 나선 이들이 선택한 직업은 이들을 더욱 불쌍하게 만든다. 전남도의 인도하에 길거리에서 뻥튀기 장사를 시작한 소한은 감기몸살에다 12월 5일 방영분에서는 구역싸움에 휘말려 구타를 당하기도 하였으며 상현은 버스·전철에서 "독수리 5형제~~"를 외치며 고무장갑을 팔다 얼마전 배추장사로 전업했다.

하지만 곧 이들은 각자 다른 삶을 걷기 시작할 예정. 상현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을 모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번다. 이를 위해 권투를 시작한 상현은 결국 링위에서 목숨을 다하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계획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상현은 비극적. 은혜(이승연 분)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은혜가 상진(김민종 분)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자신의 마음을 거두어 들이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한편 얼마전 법대를 수석입학한 재원으로 알려진 소한. 법대 졸업생이 백수로 전락하게 된 사연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새로운 소한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앙숙관계인 전남자와의 로맨스도 진행될 예정이라 소한의 미래는 핑크빛이다.

아우들에 비해 한심하게 그려지고 있는 두 형. 그래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역시 형이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는데... 이들이 펼쳐나갈 활약상에 따라 두 드라마는 새로운 경쟁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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