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건강진단’사이트 아시아 의료계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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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MD, DrKoop, Medscape 등 미국에서 뜨고 있는 인터넷 건강진단 사이트들이 아시아에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소비자·의사·벤처자본가들의 주의깊은 관심하에 ‘이-헬스케어아시아’, ‘이-메드’, ‘헬스앤서즈’ 등 3개 기업이 중국어와 영어로 된 아시아판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판 이-메드(www.e-medasia.com)의 공동 창립자 로빈 볼은 “이같은 사이트 개설 열풍은 단지 홍콩 뿐만이 아니며 미국 사이트들은 벌써 상당히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는 홍콩 관련 서비스만 제공할 뿐이다”고 말했다.

헬스앤서즈(www.healthanswers.com)의 경영전략 매니저 로버트 왕은 지역화된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정보를 단순히 그 지역언어로 번역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이트는 이 지역의 특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홍콩 시민들의 대부분은 피부암 같은 병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지만 심리적 상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며 “만약 당신이 칼로리 측정을 하고 있다면, 미국 식당의 음식 칼로리보다는 딤섬(중국식 만두)의 칼로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헬스앤서즈의 홍콩판 사이트와 곧 개설될 싱가포르판 사이트는 같은 기업의 미국 사이트(www.healthanswers.com)를 국가별로 특화시킨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각각의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헬스센터’가 있는가 하면, 약품 데이터베이스와 의학백과사전 등이 수록돼 있다.

이-메드와 이-헬스케어아시아(www.e-healthcareasia.com)는 전통적인 중국 한약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홍콩의 이-헬스케어 아시아를 소유하고 있는 퀄러티 헬스케어는 중국 전통 한약재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홍콩침례대학과 합작했다. 이 회사들의 인터넷 사이트내 중국 전통약재 섹션에는 한약을 이용한 치료법 정보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소매가격으로 한약을 직접 살 수도 있다.

가족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첫 사이트를 개설했던 이-메드는 현재 57명의 전속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 기업은 내년 하반기 중 미 증시에 상장, 1천5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몰은 기업 자금의 3분의 1이 아시아에서 흘러나오고 그 나머지는 미국에서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몰은 인터넷 사업이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최근 6개월 동안 인터넷 사업 관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이-메드는 의료계 뉴스와 관련 분야의 링크, 연구결과나 약품정보 등을 수록한 의학 전문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이 회비를 내고 이 사이트에 등록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몰은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고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키 위해 회원비는 높게 책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은 장기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환자 기록을 정리하고 예약을 가능케 하는 ‘가상 병원’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계획이다. 퀄러티 헬스케어의 이사인 필립 커크우드는 “인터넷은 피할 수 없고 꼭 필요한 매체이지만 또다른 측면으로는 새로운 기회이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이-헬스케어 아시아는 11월에 새로운 웹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회사는 이미 병원과 치과, 치료 설비, 의료기기 및 약품에 관련된 폭넓은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의료장비 뿐만 아니라 병원 경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의 건강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많은 네티즌을 불러모으고 업계간 경쟁도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의사와 환자가 상호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메드가 자사의 사이트를 신설할 때 자문을 구했던 의사 브라이언 워커는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아직 별다른 내용이 없다. 하지만 이는 곧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워커는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환자들이 약품과 병 증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의사들 역시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병원 진료가 일방적으로 내리는 진단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상호 소통과정으로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홍주연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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