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도입이 시급한 에이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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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서의 에이전트(agent)는 선수들의 대리인으로 구단과의 협상,계약 그리고 광고 계약 등을 비롯한 야구 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 일들을 관리해주고 있는 직업이다.

프로선수 개개인이 구단 혹은 기업을 상대로 협상이나 계약을 할 때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선수는 최소한 동등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76년 FA 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에이전트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선수들의 연봉 조정이 많아지고 또한 광고 및 방송 출연 등 야구 이외의 활동들이 많아졌기에 자기를 관리해 줄 수 있는 대리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에이전트는 선수들과는 물론이고 구단과도 신뢰를 최우선적으로 갖추면서 일 처리에 대해 성실,정확,신속함으로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만족시켜줘야 한다.

자격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형사처벌로 인해 실형을 선고 받은 전과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선수협회에서 심사만 통과하면 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여하튼 에이전트는 선수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또한 구단은 협상에서 합리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지난 12월 1일, 각 구단의 사장들로 구성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선수가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과 계약은 물론이고 협상 조차 불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각 구단들은 선수들이 고용한 에이전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1년 전 LG 트윈스 구단과 김동수와의 협상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던 문제에 대해 당시 KBO는 ‘구단에서 인정하면 에이전트를 비롯한 선수 대리인과 협상 및 계약을 맺을 수 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는데 또다시 뒤집은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에이전트에 대한 각 구단들의 거부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바로 에이전트들이 선수들을 부추켜 연봉 등 몸값을 지금보다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폐기처분 되어야 하며 또한 해석이 애매모호한 ‘계약은 선수 본인이 직접 구단과 해야 한다.’라는 규약을 근거로 삼으며 협상 조차도 하지 않겠다는 전근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하기 그지 없는 FA 제도를 유린하고 있는 각 구단들은 에이전트 존재 자체까지도 부인함으로 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스타급 선수들은 자기 권익 보호가 어려워 보이는 상태에서 한국 프로야구에 합류하려 들지 아니하며 또한 기존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도 해외로 눈 돌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볼 수 없는 관계로 관중들에게 한국 프로야구가 외면을 받아 결국 구단도 공멸하고 만다.

프로야구는 선수-구단-팬들 중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그 존립 자체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함께 이익을 가져야 한다. 각 구단들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구단이기주의를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프로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스스로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구단들은 도태되어야 한다. 능력 없는 자들로 구성된 한국프로야구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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