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반대 시위에 속타는 뮌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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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IOC 평가단(오른쪽)이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바이리셔호프 호텔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뮌헨유치위원회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뮌헨=연합뉴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강원도 평창의 강력한 맞수 독일 뮌헨이 반대 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단이 지난달 28일(한국시간)부터 실사에 들어간 가운데 유치 반대 세력이 1일 뮌헨 한복판 마리안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유치 반대 세력의 선봉은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지역 의회의 녹색당 멤버인 루드비히 하트만을 포함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 농민들이다. 농민들이 고용한 변호사인 루드비히 자이츠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면 농민들의 토지가 경기장과 안전지대 건설용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는 농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지난해 11월 뮌헨의 2018년 겨울올림픽이 환경·생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안을 가결한 바 있다. 하트만을 주축으로 한 반대세력은 지역 주민 2만6000명을 상대로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전체 주민 중 1700명의 서명을 받아낼 경우 주 정부에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설상 경기가 열릴 예정인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 환경단체는 1일 인터넷 사이트(www.nolympia.de)에서 겨울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18가지 이유를 밝혔다. ‘노(No) 올림픽’이라는 의미로 웹주소를 ‘놀림피아(nolympia)’로 정한 이 사이트에서는 올림픽을 유치하면 심각한 환경 파괴가 예상되고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뮌헨 유치위원회의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인들이 완벽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작은 부분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대를 하는 것”이라며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에서 스키 월드챔피언대회가 열릴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대회 개막 6주 전에 해결했다. 뮌헨은 7년이나 남았다”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독일의 옌스 와인라이흐 IOC 전문기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뮌헨은 유치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반대가 전혀 없었던 평창과 비교할 때 실사단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IOC 전문기자는 익명을 전제로 “IOC 입장에선 경기 티켓 판매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지역주민의 지지가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말했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뮌헨=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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