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술핵 재배치하면 중국은 핵무기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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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자는 주장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이 전술핵무기 배치를 공식 요구한다면 이에 응할 것”이라는 개리 새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의 발언(본지 2월 28일자 1면)에 대해 중국 정부에 앞서 언론들이 먼저 반응하는 셈이다. 골자는 한국에 핵무기가 재배치되면 중국의 핵 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자 사설과 별도로 한 개 면을 할애해 이 문제를 크게 다뤘다. 특히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제목의 환구시보 사설을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퍼나르면서 순식간에 이 문제는 중국 네티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깨뜨리게 된다”며 “중국으로선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배치하고 더 선진적인 운반체를 개발해 스스로의 전략적 안전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별도 기사에서 한국 언론들이 미 전술핵을 다시 불러들이는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가 한국으로의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며 새모어 정책조정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신문은 “갑작스러운 전술핵 재배치 논란으로 한반도에 다시 ‘핵 대결 시대’가 열릴까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에서 이핵제핵(以核制核·미국 전술핵으로 북한 핵무기를 견제함) 주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제기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버트 젠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대변인은 “전술핵무기는 한국의 방위를 위해선 불필요하며, 오바마 행정부는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다시 반입할 계획 또는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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