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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자라 잡겠다” 한국 패션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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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행을 반영한 옷을 저렴하고 발빠르게 내놓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해외 브랜드 중 국내 처음 상륙한 유니클로(일본)의 경우 2006년 300억원이었던 한국 매출이 지난해 2500억원으로 늘었다. 시장이 커지자 그간 해외 브랜드에 맥을 못 추던 국내 패션업체들이 잇따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외 브랜드 역시 차별화 전략으로 수성에 나서면서 토종업체와 해외업체 간 ‘패스트 패션’ 대전의 막이 오르고 있다.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은 지난달 24일 ‘코데즈컴바인 하이커’를 출시했다. 패스트 패션에 아웃도어 스타일을 결합한 캐주얼 의류다. 이미숙 브랜드총괄 부장은 “조만간 아동복을 추가로 출시해 총 9개 상품군을 갖춘 ‘메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토종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코데즈컴바인의 홍대점 내부 전경. 지난달 24일 이 점포는 아웃도어 스타일의 캐주얼 의류 상품군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해 말 의류 디자이너 출신의 박기정 이사를 영입한 롯데백화점 측은 “자체 브랜드인 쿠스쿠스를 정착시키고 난 뒤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여 년간 패션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던 김해련 에이다임 대표도 지난달 22일 명동에 매장을 내며 ‘스파이시칼라’라는 이름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랜드그룹은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디자인을 더 싼 가격에 내놓는 전략을 내걸었다. 2009년엔 한국형 유니클로 ‘스파오’를, 지난해엔 한국형 자라 ‘미쏘’를 각각 출시했다. 이랜드 측은 “지난해 12개 매장을 연 미쏘는 올해 15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10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에 패스트 패션 형태의 상품군을 추가한 곳도 있다. LG패션의 TNGT가 대표적이다. TNGT는 2009년 여성복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패스트 패션 상품군을 추가했다. 지난해 겨울 2000벌이 팔린 망토 형태의 ‘케이프 코트’ 역시 1~2주일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는 패스트 패션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제일모직도 내년 봄 출시를 목표로 신규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업체들은 매장을 키우고 다양한 브랜드를 들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소비자들이 한 곳에서 다양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매장 대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1650㎡(500평) 이상의 대형 매장 5~7개를 추가로 열겠다는 것이다. 또 500~660㎡(150~200평) 규모인 소형 매장도 660㎡ 이상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자라를 운영하는 스페인의 인디텍스그룹은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는 특성을 활용해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펴기로 했다. 지난해 말 자라보다 고급스러운 브랜드인 ‘마시모듀티’ 매장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인근에 오픈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캐주얼 ‘풀앤베어’, 여성들을 위한 ‘버시카’ 등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인데텍스그룹 측은 “ 세분화된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인천대 유혜경(패션산업학과) 교수는 “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스스로 찾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패스트 패션이 패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한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해외 브랜드와 후발주자인 국내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패스트 패션=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인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패스트 패션이라고 한다.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 일반 패션과 달리 보통 1~2주일 단위로 신상품이 나온다. 디자인·생산·유통·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업체가 직접 소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문 용어로는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제조 직매형 의류전문점)’을 줄인 SP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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