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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 인터넷 통해 영어 토론 실력 겨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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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엘란어학원에선 초등학생들이 팀을 이뤄 영어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짬짬이 머리를 맞대며 상의를 하곤 이내 상대팀을 공격했다. 대회에 참여한 자녀를 보려고 모인 학부모들도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런데 이들이 마주하고 앉은 건 컴퓨터 화면이었다.

인터넷 화상으로 먼 거리에서도 함께 토론

 타임교육 초등영어학원인 엘란어학원은 이날 인터넷 영어발표 경연대회(엘란 데이 콘테스트, ‘엘란 챔피언을 찾아라’)를 열었다. 서울 대치동과 서초동, 경기도 분당, 싱가포르등지에 있는 캠퍼스 4곳을 인터넷 실시간 동영상으로 연결했다. 학생들은 자기가 다니던 학원의 교실에 앉아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인터넷 속에서 만났다.

 대회는 찬반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선전 주제는 ‘동물 실험의 정당성’, 결승전 주제는 ‘영어를 국제 공용어로 사용할 수 있을까’다. 대회에 참석한 대치캠퍼스 박정영(서울 가원초 5)양은 “친구들과 함께 자료를 찾아 발표하는 수업을 좋아한다”며 “서로 알지 못하는 다른 지역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이런 체험이 공부하는 재미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은 상대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느라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때때로 손을 들어 토론을 중지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시간차 때문에 간혹 음성 전달 속도가 지연되거나 끊김 현상이 발생해서다.

 그럴 때마다 상대팀을 맞받아칠 주장을 고민하려고 준비한 원고를 재빠르게 훑어보며 서로 논의했다. 강사들은 인터넷 화면 밖에서, 하지만 바로 제자들의 어깨 옆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토론대회에선 보기 어려운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노지예(한국외국인학교 5)양은 “발표 원고를 선생님께 첨삭 받고, 후배의 발표를 도와주면서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토론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타임교육 한상범 영어연구소장은 “영어를 시험 점수로만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영어 능력을 길러야 할 때”라며 “이것이 이번 대회가 심어주려는 영어공부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영어 실력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부터

 이번 대회엔 ‘창의적 발표 콘테스트’도 열렸다. 학생이 번호를 선택하면 단어와 그림이 무작위로 주어진다. 학생들은 1분 동안 생각한 뒤, 주어진 단어와 그림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어 ‘Halloween(핼러윈, 서양의 유령 축제)’과 그림 ‘화살표’를 재료로 삼아 ‘핼러윈 축제 장소로 가는 이정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로 만들면 좋은 발표로 꼽힌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참여 대상이다.

 이민석(서울 대도초 2)군은 한쪽 모서리가 부서진 ‘별’ 모양과 단어 ‘Festivals(축제)’을 제시어로 받았다. 이군은 바로 한 편의 동화를 지어냈다.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가 육지에서 열리는 동물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 바다 밖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팔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신준규(서울 일원초 1)군은 ‘압정+동그라미’ 모양과 ‘Hollyday(휴일)’ 단어를 받았다. 신군은 ‘한 소년이 도넛을 만들어 배를 타고 외국의 큰 축제에 가서 팔아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발표했다. 뒤집어진 압정 모양을 돛을 단배로 생각한 상상력을 칭찬받았다.

 한정아 엘란어학원장은 “사고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대회를 열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과 전자칠판을 연결한 타임교육의 WHU 교육프로그램(whu.co.kr)을 활용해 평소에도 이 같은 수업방식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1.20일 서울 대치동에서 열린 엘란어학원의 인터넷 영어발표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인터넷 화상을 보며 학생들의 발표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2. 창의적 발표 콘테스트에서 이민석·신준규군이 제시된 단어와 그림을 보며 발표 내용을 생각하고 있다. 3.대치동팀 박정영·노지예·이재원(왼쪽부터)양이 인터넷 화상을 보며 서초동팀과 영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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