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연설하다 황급히 끊어 … 겁먹은 카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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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아마르 카다피의 24일 2차 대국민 연설은 특이하게도 전화로 이뤄졌다. 국영TV는 그의 목소리만 중계했다. 연설 막바지엔 황급히 전화기가 내려지는 소리와 함께 끊어진 전화에서 나는 ‘뚜뚜’ 소리가 거칠게 들리기도 했다. 22일 연설에선 트리폴리 옛 관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하면서 75분간이나 연설했지만 이번엔 정확한 연설 장소도 공개하지 않았고 시간도 15분에 불과했다. 유혈충돌로 숨진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애도도 표했다. 1차 연설에서 “이번 사태에서 숨진 사람은 경찰과 군인들”이라며 시민 희생 자체를 부정했던 태도와는 달랐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연설이 카다피의 상황이 불과 이틀 사이에 크게 악화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급하게 전화를 끊으며 연설을 마친 것으로 봐서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서 자포자기한 심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영TV의 연설 예고방송에선 카다피가 트리폴리 서쪽의 자위아에서 연설한다고 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실제 연설에선 자신의 위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자위아 지역에선 시민군과 정부군과의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어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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