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한국학 창설 10주년 ‘북한 2012년’ 특별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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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교수

중동을 휩쓸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지구 반대편 북한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한국학 프로그램 창설 10주년을 맞아 24일(현지시간) ‘북한 2012년’이란 주제로 연 특별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북한의 심각한 경제 상황이 체제 붕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David Straub) 스탠퍼드대 한국학 프로그램 부소장은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훨씬 더 주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북한이 금방 붕괴하거나 민주화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적어도 수년, 혹은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도 “북한은 중동과 달리 아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나 대량 수송체제가 없다”며 “북한에서 선택받은 사람들인 평양 시민들이 나설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윌리엄 뉴컴(William Newcomb) 전 미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그럭저럭 버텨갈 기회는 줄어들고 또다시 경제적 붕괴가 일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대부분이 평가하는 것보다 무너지는 시점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드루 왈더(Andrew Walder) 스탠퍼드대(사회학) 교수도 “ 북한 경제 실패의 분명한 해결책은 중국식 경제 개혁이지만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작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식 시장 개혁은 북한 정권의 기초를 흔들 정치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내치어스(Andrew Natsios) 조지타운대(경제학) 교수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 문제가 급변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학 연구 여건 개선에 보람”=스탠퍼드대가 미국 내 한국학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데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인 신기욱(51) 교수의 공이 크다.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국학 프로그램 창설을 주도했다. 신 교수는 이날 “10년 동안 1000만 달러를 모아 교수 자리를 3개 만드는 등 한국학 연구 여건이 크게 개선된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명환 “MB, 남북정상회담 긍정적”

“모든 걸 내 중심적으로 생각한 거죠. 어쨌든 내 잘못이고 내 책임입니다.”

 유명환(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딸의 특채 논란에 대해 5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유 전 장관은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국학 프로그램 창설 10주년 기념 ‘북한 2012년’ 세미나에 참석, 오찬 연설을 한 뒤 기자와 만났다. 다음은 문답.

-오찬 연설에서 북한이 짓고 있는 영변 원자로의 안전성 여부를 걱정했는데.

 “북한이 무슨 기술이 있나. 경수로를 건설한 적이 없지 않나. 방사능 오염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대통령도 상당히 긍정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북쪽 시스템이 문제여서 그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팰로앨토(캘리포니아)=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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