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니 남은 건 부동산밖에 없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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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랜드 취재팀기자]

우리 국민들이야 부동산을 참 좋아하지. 그동안 집없는 설움,땅에 대한 애착 등이 심해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대개 재산목록 1호가 집 아니든가.

미래에셋에서 은퇴자들의 자산을 조사해봤다. 조사 대상의 3분의 2 이상이 주된 은퇴자산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이 주요 재테크 대상이다.

2006년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율이 80%가 넘었다. 당시 부동산값이 올라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 비율이 높게 잡혔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산비율이 부동산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진국은 대개 부동산이 50∼60%수준이다. 나머지는 금융자산이라는 얘기㈖다.

부동산은 현금화가 어려운 단점이 있어 비상시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서울과 수도권 55세 이상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은퇴자들의 주된 자산으로 부동산이 76%를 차지했다.

예금과 적금 또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6.8%, 6.0%에 그쳤다.

또 은퇴자 대부분이 다시 은퇴를 준비하게 되더라도 부동산을 이용해 은퇴자산을 축적하겠다고 답했고, 은퇴 전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은퇴자산의 부동산 집중도가 높았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가 서울과 수도권·광역시에 사는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노후준비 방법 1위로 임대용 부동산(35.2%)이 꼽혔다.

그러나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노후자금 수단 마련에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는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보험가입률은 96.7%에 이르지만, 중저가 보장성 보험(84.7%)과 어린이 보험(39.3%)에 치중돼 있고, 사망보장과 노후자금 등으로 활용 가능한 종신보험(38%), 연금보험(22.3%) 가입률은 비교적 낮다"고 밝혔다.

주택 활용한 은퇴자금 마련 소극적

주택을 활용한 은퇴자금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7년 7월12일 출시한 주택연금 2월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4600명이다. 지난해 11월 245명이 신규가입하는 등 지난해 2월부터 매달 100명 이상씩 가입자가 늘고 있긴 있지만, 역모기지가 노후자금 마련 방법으로 대중화돼 있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을 상속의 수단을 생각하기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택연금 가입으로 주택 소유주가 바뀜에 따라 느끼는 상실감 역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손 실장은 그러나 "부동산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1주택자의 경우 병이나 사고로 돈이 필요할 때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연금 등 노후자금 마련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택연금은 수령액이 상당하고 상속으로 인한 가족 간 불화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 자산 비중이 크게 높은 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이 점차 금융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한국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79.6%로, 미국(35.1%), 영국(54.8%), 일본(41.3%)을 훨씬 웃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실제 은퇴연령은 평균 56.3세로, 정년규정인 60.4세나 희망은퇴연령 63세보다 크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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