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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안팎 일부 세력, 원세훈 체제 흔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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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숙소 털릴 때 특사단은 MB 접견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을 접견하고 있다. 하타 특사단장(경제조정부 장관)이 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하타 단장은 이 대통령에게 유도요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같은 시간 특사단이 머물던 롯데호텔 숙소에 괴한이 침입했다. [안성식 기자]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정부·한나라당은 21일 당혹 속에 공식적으론 입을 닫았다. 청와대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선 확인도 부인도 언급하지 않는다”(고위 관계자)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부글부글 끓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여권에) 반정부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건지…”라고 개탄했다. “이제 첩보활동은 마비되는 것”이라고 한숨 쉰 관계자도 있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선 티타임 때도 분위기가 싸늘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이란 보도에 대해 “사실이든 아니든 국정원이 문제”란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특히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에 대한 비판도 일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국정원의 ‘작전 실패’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국회 정보위원은 “어설픈 일처리로 국익에 해를 끼친 국정원 직원을 단호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위 소속 한 중진 의원은 “일이 터진 뒤에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사실상 수긍한 것은 완전한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대한민국의 안보·국익을 챙길 국정원이 흥신소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장 출신인 민주당 신건 의원은 “국정원 인사 문제로 불거진 내홍이 바깥으로 번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춘석 대변인도 “언제부터 국정원 직원이 절도범이 됐는가”라며 “엄청난 나라 망신을 시켰다”고 비판했다. “자기 나라 수도 한복판 호텔에서 벌인 작전에서 실패했다. 좀도둑보다 못한 국정원을 가진 나라에서 무슨 국격 타령인가”(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등의 비난이 이날 야당에선 계속됐다.

 정치권에선 최근 국정원 관련 정보가 잇따라 유출되고 있는 것과 관련, ‘내부 암투설’도 나온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어떤 세력이 국정원을 흔들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그 세력은 국정원 바깥뿐만 아니라 의외로 국정원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내에 ‘반(反)원세훈 세력’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원 원장 체제를 흔들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도 “원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TK(대구·경북)라인과 반TK라인 갈등이 바깥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글=채병건·남궁욱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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