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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51) 스타킹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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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영국 시인 밀턴은 ‘다리는 신의 날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리의 기능이나 역할을 신의 날개에 빗댄 것일 수도 있지만,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다리야말로 ‘신의 날개’에 견줄 만하지 않을까요. ‘각선미(脚線美)’라는 말도 있지요. 하지만 다리 모양에 자신이 없는 여성에겐 이만한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필요의 산물이 ‘스타킹(stocking)’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일컬어지는 나일론 스타킹,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김진경 기자

지금처럼 다양한 소재와 무늬로 된 패션스타킹은 2000년대 들어 나오기 시작했다.


줄줄 흘러내리지 않는 고탄력 스타킹은 1983년에서야 처음 나왔다.

스타킹은 의류 중에서도 가장 여성적인 패션용품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스타킹은 원래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남성이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던 가죽 덮개가 오늘날 스타킹의 기원이다. 4세기께 성직자들이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하얀 스타킹을 신기 시작했다. 7세기 무렵 프랑스의 상류층 남성들 사이에선 화려하게 금실로 수놓은 스타킹이 유행하기도 했다.

여성이 스타킹을 신기 시작한 건 14세기 무렵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구두 속에 신을 수 있는 건 투박한 양말뿐이었다. 유럽에서 여성들이 맨발을 드러내 놓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여성들은 긴 치맛단과 신발 속에 발을 꽁꽁 감춰둬야만 했다. 발을 드러낼 자유를 얻은 뒤에도 여성이 스타킹을 신는 건 쉽지 않았다. 당시 스타킹은 실크를 이용해 직접 손으로 짠 것이었는데, 가격도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이 즐겨 신었다는 실크 스타킹은 한 켤레에 당시 돈으로 약 100루블. 지금으로 치면 약 120만~16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왕족이 아닌 일반 여성들은 꿈도 못 꿀 패션용품이었던 것이다.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은 약 100루블(현재가 약 120만~160만원)짜리 실크 스타킹을 신었다.

‘명품 중의 명품’이었던 스타킹을 일반 여성도 신을 수 있게 된 건 16세기. 1589년 영국의 윌리엄 리 목사가 양말 짜는 기계를 발명하면서부터다. 편물 스타킹을 기계로 생산하면서 상류층 여성을 중심으로 스타킹이 퍼지기 시작했다. ‘스타킹(stocking)’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 단어의 기원은 ‘소매’를 뜻하는 고대 영어 ‘스토쿠(stocu)’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토쿠가 ‘다리를 덮음’이라는 뜻의 ‘스토카(stocka)’를 거쳐 16세기 말 지금과 같은 ‘스타킹’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소재의 한계가 남아있었다. 17세기 면사·모사 스타킹이 개발되긴 했지만 ‘목이 긴 양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스타킹이 보편화된 건 ‘새로운 실크’라 불린 신소재 나일론이 개발된 이후다. 나일론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합성 섬유로, 1938년 미국 듀폰사가 개발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마찰에 강하다. 양모보다 무게가 가벼운 데다 젖어도 강도에는 변함이 없으며 탄력성·보온성도 겸비하고 있다. 나일론 스타킹은 1939년 처음 등장했을 때 실크 스타킹보다도 값이 비쌌지만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밴드가 아닌 팬티스타킹은 1970년대 들어서야 처음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킹이 처음 생산된 건 1950년대 말이다. 당시 여성들은 암시장을 통해 들어오는 소량의 수입 스타킹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나마 모양도 엉망이었다. 그때만 해도 스타킹용 원단을 짜서 양말 모양으로 재단한 뒤 봉제를 하고 다리 모양의 틀에 끼워 열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스타킹을 생산했다. 보기 흉한 봉제선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58년 남영비비안은 국내 최초로 스타킹을 자체 생산했다. 상표는 우리나라 국화 이름을 딴 ‘무궁화’였다. 봉제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62년 남영비비안은 이 봉제선을 없앤 ‘심리스(seamless)’ 스타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봉제 과정 없이 기계에서 바로 둥근 모양의 완제품이 생산되는 방식이었다. 종아리·허벅지까지 오는 스타킹이 아닌 팬티스타킹 형태는 63년부터 생산됐다. 팬티스타킹은 70년대 초반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면서 크게 유행했다.

국내 스타킹 시장은 90년대 들어 소비량이 크게 감소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치마가 아닌 바지를 선호하는 여성이 늘었다. 날씨가 더워도 스타킹을 신는 게 예의라고 여기던 인식에서 벗어나, 여름엔 맨발에 샌들을 신는 여성이 생겨났다. 스타킹 제조 업체들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패션 스타킹’으로 눈을 돌렸다. 민무늬에 살구색 일색이던 스타킹이 꽃무늬·줄무늬·망사 등 화려한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으로 변신했다. 2000년대 들어선 대부분의 스타킹 브랜드가 무늬가 들어간 패션 스타킹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스타킹 시장 규모는 약 900억원대로 추정된다.  

※도움말=남영비비안

○자 다리, 사선·물방울 무늬 골라야

스타킹은 무늬·색깔·장식 등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적절한 디자인의 스타킹을 이용하면 키가 작거나 다리가 굵은 체형을 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키가 작은 경우

스타킹의 무늬를 이용해 보는 사람의 시선이 상하로 길게 이어지도록 하는 게 좋다. 세로 무늬 스타킹이 가장 효과적이다. 구두 선택도 중요하다. 스타킹의 색상과 구두의 색상을 하나로 통일하면 시선이 구두 끝까지 이어져 다리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한다.

다리가 굵은 경우

굵은 다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작고 잔잔한 무늬가 세로로 이어지는 스타킹을 신는 것이다. 무늬가 크면 다리의 폭도 넓어 보이기 때문에 역효과가 난다. 한눈에 띌 만큼 큰 무늬는 시선을 다리에 붙들어 다리가 더 굵고 짧아 보이게 한다.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는 줄무늬도 선이 너무 굵거나 간격이 넓으면 다리가 퍼져 보일 위험이 있다.

시각적인 효과 외에 실제로 다리를 압박하는 기능성 스타킹도 있다. 기존 스타킹은 일정한 두께의 천으로 만들어지지만 최근 다리 굴곡에 맞게 부위별로 각기 다른 두께로 만들어지는 스타킹이 출시되고 있다. 신축성과 압력이 부위별로 다르기 때문에 다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데다 혈액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다리가 매끈하지 않은 경우

종아리 근육 때문에 다리가 울퉁불퉁한 경우 윤곽선을 드러내는 짙은 단색은 피해야 한다. 줄무늬가 들어간 스타킹도 좋지 않다. 줄무늬가 다리 윤곽선을 따라 휘어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늬가 있으면서도 밝은 색상의 스타킹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 어느 한 곳에 시선이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해 무늬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져 있는 게 도움이 된다. 발목 같은 특정 부위에 크리스털 등 포인트가 있는 스타킹도 그 부위로 시선을 모으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다리가 O자로 휜 경우

좁은 줄무늬 스타킹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휜 다리를 따라 줄무늬도 휘기 때문에 O자형을 더욱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사선무늬가 얇게 들어가거나, 사선무늬가 다른 무늬와 조화를 이룬 스타킹은 휜 다리 모양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작은 물방울이나 하트 무늬가 사선으로 박힌 스타킹도 이 같은 다리 모양을 일자로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

다리가 너무 가는 경우

밋밋한 기본형 스타킹보다는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스타킹이 낫다. 시선을 분산시켜 주기 때문이다. 또 밝은 색상을 선택해 팽창 효과를 노리는 것도 좋다.

겨울엔 100~120데니어가 따뜻

스타킹 포장지에서 ‘데니어(denier·약자 D)’라는 단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데니어란 섬유 굵기를 표시하는 단위로, 9000m 길이의 섬유에 해당하는 무게(g)를 뜻한다. 30데니어라면, 그 실의 9000m에 해당하는 무게가 30g이라는 말이다. 데니어가 커질수록 섬유 굵기는 굵어진다. 봄이나 가을에 신는 얇은 스타킹은 주로 10~30데니어, 겨울에 신는 두꺼운 스타킹은 보통 80데니어다. 최근 겨울 한파가 심해지면서 보온성을 강화한 100~120데니어짜리 스타킹도 출시되고 있다.

데니어 수치가 높으면 다리를 압박하는 힘이 강해져 다리가 더 날씬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데니어는 섬유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일 뿐 압력과는 관계가 없다. 다리 부위마다 다른 압박을 주는 기능성 스타킹에는 데니어 대신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인 토르(mmHg)나 헥토파스칼(hPa)을 이용한다. 이런 기능성 스타킹은 다리에서 가장 가는 부위인 발목의 압박이 가장 강하고, 허벅지의 압박이 가장 약하게 디자인돼 있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스타킹을 신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스타킹 사이즈가 세분화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다. 당시 비교적 고가였던 고탄력 스타킹에서만 ‘M’과 ‘L’ 두 가지 사이즈가 출시됐다. 2002년부터는 평균 체형을 위한 ‘M-L’ 사이즈와 그보다 좀 더 큰 체형을 위한 ‘XL’ ‘XXL’ 등으로 구분돼 나오고 있다. M-L 사이즈는 키가 1m55㎝~1m70㎝, 허리둘레가 85㎝~1m인 여성이 신기에 적합하다. XL 사이즈는 몸에 비해 유난히 다리가 긴 여성을 위한 사이즈로, 키 1m60~1m75㎝에 허리둘레 90㎝~1m5㎝인 여성에게 적합하다. XXL 사이즈는 키 1m60㎝~1m75㎝에 허리둘레 95㎝~1m15㎝로 보통보다 체형이 큰 여성들을 위한 사이즈로, 기장은 XL 사이즈와 동일하지만 엉덩이 부분에 약간의 원단을 덧대어 넉넉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 체형을 압박 없이 편안하게 감쌀 수 있도록 다리 둘레도 넓게 돼 있다.

스타킹은 날카로운 곳에 살짝만 긁혀도 올이 줄줄이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서랍 속에 보관할 때 가장자리보다는 중간에 넣어야 한다. 단추·지퍼가 달린 다른 옷과 함께 보관하면 위험하다. 스타킹끼리 단독으로 보관하는 게 좋다. 스타킹을 묶어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매듭 부분의 신축성이 떨어지게 된다. 묶지 말고 돌돌 말아서 보관하면 탄력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스타킹을 세탁할 때는 중성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 손으로 단독 세탁한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색이 빠져 신었을 때 다리가 하얗게 뜬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손으로 비벼 빨거나 비틀어 짜면 손톱에 스타킹 올이 풀릴 수 있으므로 살살 문지르듯 세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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