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3월이 ‘국내 증시 주권’ 회복 출발점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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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증시 기류가 바뀌었다. 기세등등하던 신흥국 증시는 급속 냉각된 반면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던 선진국 증시는 펄펄 날기 시작했다. 주로 연말·연초 단기 급등 부담감 속에 신흥국의 긴축 우려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디커플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 변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한국 주식을 쓸어 담던(2009~2010년 누적 순매수 54조원) 외국인 투자자가 올 들어 매수강도를 줄이더니 한 달 18일 만에 2조4000억원 이상을 팔아 치우며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과 탁월한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증시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악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끝난 것인지 등 여러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상반기 한국증시의 랠리는 끝난 것일까. 결론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월 증시의 조정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신흥국 시장의 긴축 우려는 2월을 정점으로 해소되고 3월 이후에는 다시 성장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플레 우려(1월 중국소비자물가지수 4.9%, 예상치 5.4% 하회)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 긴축정책의 효과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3월 5일 전인대를 전후해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긴축정책에 대한 평가는 2월까지의 유동성 축소라는 부정적 반응에서 3월에는 경기의 추세적 회복 반영이란 긍정적 평가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4.4%로 상향 조정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 중심의 수급구도였으나 국내 기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랩 등으로 자금이 본격 환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월은 외국인에게 내줬던 주도권을 국내 기관이 점진적으로 찾아오는 주권 회복 장세의 출발점이 될 듯하다. 외국인 투자자도 중동의 정정불안이 변수이긴 하나 3월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담을 통해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투자를 재개할 전망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주가는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빠질 때는 더 빠질 것 같은 심리적 쏠림 현상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 부정적 투자심리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다음 달 증시에서 새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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