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념없는 구단들의 횡포

중앙일보

입력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화제 중 하나는 바로 현대 유니콘스의 20승 투수 정민철의 해외진출 시도이다. 정민태는 유니콘스 구단의 허락에도 불구하고 KBO와 나머지 구단의 반대로 지금으로서는 해외진출이 어려워 보인다.

각 구단의 반대는 7시즌을 소화해야만 해외 진출권이 부여된다는 현행 규약상에 근거한다. 따라서 정민태는 아직 자격이 없고, 정민태 하나를 위해 규약을 다시 수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처럼 일견 이 주장이 논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고 있는 가운데 각구단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만든 '법'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트윈스와 타이거즈를 비롯한 몇몇 구단이 FA제도로 자유계약이 가능해진 소속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타구단에게 선수와의 접촉을 금지시키는 상식밖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부분 구단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절름발이 FA제도 이지만 그것이 규칙이라면 지키는 것이 마땅할 것이고, 그래서 다소의 의견차가 있겠지만 정민태 선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들의 의견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 선수에 대한 그들의 처신은 규약준수를 최대 명분으로 삼던 자신들의 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모순된 행동은 그들이 과연 한국프로야구계를 이끌어가는 이들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LG 트윈스의 송유석은 FA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구단의 눈밖에 나 내년엔 계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그 어떤 선수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일에 당당할 수가 있을런지 의문이 든다.

한편 현대 유니콘스의 강명구 사장은 사석에서 '만약 선수노조가 생기면 프로야구를 때려 치워 없앨 것이다'라는 망언을 했다.강사장이 무슨 자격으로 프로야구의 존폐를 논하는 건지, 우리나라 야구계가 겨우 한사람의 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생각에 대부분의 프로구단 고위층이 같은 의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노조에 대한 문제는 차후에 언급하겠지만 이는 결코 구단을 망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노비문서와 같은 현행 계약에 묶여 있는 선수들이 구단과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생존하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제도의 장단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노조’라는 말에 기겁을 하고 피해의식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 한국 프로야구계를 이끌어 나간다고 생각하니 비애감 마저 든다.

프로야구는 소수의 스타나 구단만을 위한 도구도 아니고 위에 있는 몇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허술한 성질의 것도 아니다. 모든 선수와 구단관계자와 야구를 사랑하는 일반인이 함께만들어 가는 곳이다.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야구발전은 요원한 것임을 한시바삐 각 구단들이 깨닫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