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 여신건전성 5단계 분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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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업체들에 대한 은행의 새 대출금 분류기준이 정해졌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올해말 기준으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대출을 경영실적에 따라 ▶요주의 3단계 ▶고정 2단계 등 5단계로 분류하고 단계별로 2~2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우 계열사는 워크아웃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반기업 기준을 적용하되 워크아웃이 확정돼 채무조정에 들어가면 충당금을 15% 쌓아야 하는 '고정 1' 로 분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기준에 따를 경우 고합.동국무역.세풍.우방.신원.신호 등 대출금 규모가 큰 업체들이 충당금 20%를 쌓아야 하는 '고정 2' 에 속하게 돼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워크아웃 업체들에 대한 대출금 분류는 해당 기업의 경영실적을 반영한 것으로 올해말까지 정할 예정인 추가 채무조정이나 워크아웃 탈락 대상업체를 고르는 잣대로도 활용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5일 "그동안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놓고 논란이 많아 일단 최소한의 충당금 적립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며 "새 분류기준은 이자를 현금으로 내고 있느냐, 경영개선계획서상 목표를 달성했느냐, 경상적자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 등을 기준으로 나눈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자를 현금으로 내고 경영개선 목표를 모두 달성했으며 영업.경상이익이 흑자인 '요주의 1' 에는 벽산건설.대구백화점.동방.동양물산.제철화학.한국컴퓨터 등 12개사가 포함됐다. 이들 업체는 올해말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 유력시된다.

반면 고정 2로 분류된 업체들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경영개선 목표달성도 극히 부진한데다 경상손실이 매출액의 20%가 넘어 일부는 워크아웃에서 탈락돼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고정 2로 분류된 업체가 당초 예상보다 많아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분류기준을 신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여신규모가 크다고 해서 고정으로 지정하기보다는 회사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며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문제지만 '고정 2' 로 분류된 것이 알려질 경우 기업 경영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될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정경민.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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