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anta…"청각장애 딸 도와주세요" 엄마 편지가 기적 낳았다

중앙일보

입력

한쪽 귀가 없는 딸 아이를 위해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쓴 엄마 미야가 15일 무료 수술을 해주겠나고 나선 베벌리힐스 한 병원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요한 기자

7살 난 시마야는 선천적 청각장애인이다. 왼쪽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엔 버섯과 흡사한 모양의 돌기가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으니 말도 못한다.

"엄마 왜 난 귀가 하나야?" 딸이 울 때마다 엄마 미야(26)는 가슴이 찢어졌다. "하나님이 천국가면 주실거야"라며 수없이 아이를 달랬다.

"어느날 시마야가 수화로 '엄마 빨리 천국가서 내 귀 가져와. 나도 귀 두개 갖고 싶어'라고 했을 땐 너무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았어요." 엄마는 정말로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단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엄마인 것이 부끄러워 절망했었죠." 수술비는 꿈도 못 꾸었다. 최근엔 실직까지 한 상태다.


지난 해 12월 엄마는 세상의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산타클로스에게 편지(사진)를 썼다. 물론 답신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딸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펜을 들었다.

그런데 산타클로스가 진짜 응답을 했다. 편지를 발견한 우체국 직원은 내용을 동료들에게 알렸다. LA사우스 센트럴 우체국 모두가 울었다. 꾹꾹 눌러쓴 손글씨가 너무 마음에 남았다. 시마야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 백방으로 뛰었다. 직급의 높낮음을 떠나 우체국 직원들은 마음을 한데 모았다. 시마야를 돕기 위해 지인이란 지인은 모두 연락했다.

베벌리힐스의 한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마야를 돕겠다고 했다.

15일 베벌리힐스 병원 앞에는 시마야의 행복을 바라는 모두가 모였다. "기적이란 말밖에 지금 내 기분을 설명할 수 없어요. 지금껏 이런 기적을 믿어본 적 없어요"라며 엄마 미야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 손을 꼭 잡은 시마야는 곧 예쁜 귀걸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를 만지작거리며 재잘댄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아이의 행복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시마야의 귀 수술은 3월초에 시작돼 약 8개월이 소요된다.

조물주는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자신의 권한을 이 땅의 엄마들에게 부여했다고 한다. 엄마는 기적을 창조한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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