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명품 마을 관매도서 만난 명품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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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도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관매도. 관매도는 환경부가 선정한 국립공원 명품 마을이다. 봄이 오는 길목, 남도 섬마을은 온통 푸른 쑥밭이었다. 대보름에 맞춰 출하할 쑥을 캐느라 동네 할머니들이 바쁜 손을 놀리고 있었다.

 쑥 캐는 할머니 곁에 슬쩍 앉아 셔터를 누른다. 찰칵 찰칵 찰칵. 할머니가 두른 분홍빛 머플러가 푸른 쑥 속에서 꽃처럼 도드라진다. 바래지 않은 걸 보니 새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머플러에 새겨진 문양이 대도시 백화점 쇼윈도에서나 보던 명품 브랜드다.

 “할머니, 이거 비싼 건데. 혹시 아세요?”

 “이게 뭐가 비싸. 싸구려지.”

 시장에서 파는 ‘짝퉁’인가 싶어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다.

 “사긴, 딸이 설에 선물해 준 거야. 밖에 다닐 때 목에 두르라고.”

 

김성룡 기자

“할머니, 이거 어마어마한 ‘메이커’예요. 일할 때 말고 멋내고 외출할 때 두르세요.”

 괜한 얘기를 한 걸까. 귀한 물건이란 얘기에 분홍 스카프가 봄볕도 못 받고 장롱 속에 모셔져만 있으면 어떡하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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