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함께하는 굿매너 캠페인 <3> 김하늘 KLPGA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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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프로암에 가보면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퍼들이 바로 ‘잘하면 내 탓, 잘못 되면 캐디 탓’을 하는 골퍼들이다. 얼마 전 프로암에서 모 기업의 회장님과 라운드를 했다. 회장님은 샷이 잘 맞으면 본인의 구력을 들먹이며 그간의 무용담을 늘어놨다. 그러다가 볼이 잘 맞지 않거나 실수가 나오면 캐디 탓으로 돌렸다. 캐디 언니가 정확하게 거리를 불러 줬는데도 본인이 뒤땅을 친 것은 생각도 않고 거리를 잘못 불러줬다며 화를 냈다. 캐디 탓을 하는 건 그린 위에서 절정에 달했다. 어쩌다 긴 거리의 퍼팅이 성공하면 “다른 건 몰라도 퍼팅만큼은 내가 프로들보다 낫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그러다 짧은 거리의 버디 퍼팅을 놓치자 캐디에게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회장님은 캐디를 향해 “캐디 한 지 몇 년 됐냐. 라인을 잘못 읽어줘서 버디를 놓쳤다”며 다음 홀로 이동하는 내내 화를 냈다. 내가 보기엔 퍼팅 라인은 맞았는데 스트로크를 할 때 퍼터 페이스가 약간 열린 탓에 버디를 놓쳤는데도 말이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졌다. 회장님과 라운드 경험이 있었던 다른 동반자는 작은 목소리로 “또 시작됐다”며 인상을 썼다. 처음이 아닌 듯했다. 결국 나머지 홀은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 라운드를 마친 뒤 다른 동반자들은 회장님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프로골퍼들도 대회 도중 캐디와 의견이 다를 때가 있다. 이때 최종 결정은 골퍼의 몫이다. 캐디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할 뿐이다. 골프는 자신이 플레이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다. 결과에 대해서도 자기가 책임지는 게 맞다.

정리=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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