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시위 격화 … 경찰 발포로 3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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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민혁명이 확산되는 등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역내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새벽(현지시간)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선 경찰의 발포로 3명이 사망하고 231명이 부상했다고 시위대측이 밝혔다. 충돌은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마나마의 룰루 광장에선 14~15일 시위로 2명이 사망한 이후 수천 명의 시아파 시위대가 천막을 치고 수니파 정권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었다. 바레인 군은 이날 장갑차를 광장 주위에 배치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5함대 본부가 위치하고 있어 미국으로선 전략 요충지다. 5함대는 걸프 지역의 석유 수송을 호위하고 이란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레인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 상황 때문에 중동에 추가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이후에도 이라크에 병력을 잔류시키는 게 미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국가에선 바레인의 시위가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정치학자 이브티삼 알케트비는 “사우디의 시아파마저 봉기한다면 석유 생산에 심각한 불안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반정부 시위도 이어졌다. 이라크 남부 쿠트에선 16일 시위대 2000여 명이 진압 경찰과 충돌해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 리비아 동부 알바이다에선 보안군과 혁명위원회 소속 민병대가 시위대에 발포,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야권 웹사이트가 주장했다. 예멘에선 이날 2명이 사망한 데 이어 17일에도 경찰 발포로 최소 12명이 부상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과 이르비드 등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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