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가 공 뿌리니, 승엽도 움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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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찬호(38·오릭스·사진)가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첫 실전 피칭을 했다. 박찬호는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오릭스의 스프링캠프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투수로 나섰다. 지난해 10월 2일 미국 메이저리그 플로리다와의 경기 뒤 4개월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 그는 2이닝 동안 20개의 공으로 3피안타·무사사구·무실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청팀 4번타자로 나선 팀 동료 이승엽(35)은 박찬호에게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박찬호의 이날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38㎞에 그쳤다. 몸이 덜 만들어진 데다 날씨가 쌀쌀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커브와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2회에는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렸으나 후속 타자를 2루수 플라이와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박찬호는 이날 세트포지션에서 멈춤 동작 없이 공을 던지다 보크 판정을 받기도 했다. 박찬호는 경기 뒤 “보크와 관련해 심판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현재 파워는 60~70% 수준이다. 실전감각을 키우고 볼 배합 요령을 배운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박찬호의 투구에 대해 “볼끝이 조금씩 흔들려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았다. 스트라이크는 언제든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볼넷은 내주지 않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오카다 감독은 최근 “박찬호가 시즌 개막전(3월 25일 소프트뱅크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당초 25일 청백전에 첫 등판할 예정이던 박찬호는 “열심히 준비했으니 실전감각을 빨리 되찾고 싶다”며 조기 등판을 자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개인훈련을 했고 올 1월 중순엔 두산 캠프에서 공을 던졌다. 지난 1일 시작된 오릭스 캠프에서는 “특별대우는 사양한다. 작은 것부터 함께해야 강한 팀이 된다”며 후배로부터 포크볼을 배우고 손수 훈련장 뒷정리까지 했다.

 한편 앞선 두 차례 청백전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이승엽은 이날 4회 우전안타를 날리는 등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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