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인용 ‘도시형 주택’ 가물에 콩 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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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 가족 살기에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게 좁은 것도 아녜요.”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구 궁동에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인 ‘라이프 타운’에 입주한 김홍경(70)씨는 주거환경에 대체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지난해 1억5000만원에 부인, 대학생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전용면적 50㎡)을 얻었기 때문이다. 집은 주방이 딸린 거실과 욕실, 크고 작은 방 두 개로 구성돼 있었다. 집을 지은 김규성 뉴라이프건설 대표는 "도심 역세권에도 이런 집이 공급된다면 전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세 대책의 하나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말까지 허가를 내주었거나 착공한 도시형 생활주택 7388가구가 올해 안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물량의 90% 정도가 원룸형(전용면적 12~50㎡)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그중에서도 전용면적 20㎡ 이하인 초소형이 전체의 7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김씨의 집 같은 크기의 ‘단지형 다세대’(전용면적 85㎡ 이하)는 10%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도 안 좋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 대부분이 3~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에 집중되는데 대부분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너무 비좁다”고 지적한다.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집중적으로 건설되는 이유는 집 크기를 넓게 해선 역세권 주변에서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은 “지금처럼 초소형 위주로만 공급되면 도시형 생활주택을 통해 전세 수요를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좀 더 넓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늘려야 한다. 서울시도 건설업체들이 더 넓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기획관은 “원룸에 가변형 벽채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과 거실이 구분되면 3인 가구의 수요가 늘어나 민간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도시형 생활주택=도시 서민층의 주택 수급 안정을 위해 2009년 도입됐다.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으로 구성되며 원룸형(전용면적 12~50㎡)과 단지형 다세대(전용면적 85㎡ 이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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