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선 더 팔기 힘들어 … 한·일 가전, 중소도시서 맞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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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에서 원단(元旦·양력 설)부터 춘절(중국 설)로 이어지는 2개월은 한 해 시장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위안춘(元春) 기간’이다. 그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격적 마케팅을 해왔다.

 위안춘 기간이 끝나는 음력 정월 대보름(17일)을 앞두고 가전유통 체인인 쑤닝(蘇寧)과 궈메이(國美) 등의 중국 각지 매장에서는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베이징 천바오(晨報)는 지난 2~8일 쑤닝을 비롯한 가전 유통업체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니·샤프·파나소닉·마쓰시타 등 일본의 경쟁 업체와 중국 토종 가전업체를 상대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국의 양판점과 전문매장뿐 아니라 중국의 인기 동영상 포털 사이트인 여우쿠(youku.com)와도 공동 판촉을 하고 있다. 세탁기를 구매하면 500위안의 현금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급 유기발광다이오드(LED) TV의 판매가 늘어나고, 지난달 28일부터 TV광고를 시작한 갤럭시탭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도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2개월을 집중 마케팅 기간으로 설정했다. LG는 TV·냉장고·세탁기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고객을 우대하는 패키지 프로모션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중국가전영업담당 정우성 상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목표를 40% 높게 잡았다”며 “전체적으로 목표치의 9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 관계자들은 일본 기업들이 할인공세를 펴는 의도가 연초부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경우 소니와 샤프는 평소 5000위안이던 것을 4300~4400위안으로 낮췄다. 중국 토종업체들에서도 가격 할인이 두드러진다. 하이얼과 TCL 등 중국 토종 업체들은 4000위안짜리를 3600~3700위안까지 끌어내렸다. 삼성과 LG는 5000위안짜리를 4600위안에 선보이고 있다. 일본 업체의 제품 가격이 삼성과 LG 제품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가격 할인 공세에 힘입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중국 내수시장에서 감지되는 또 다른 특징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廣州) 등 1급 도시의 경우 소비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 반면, 정저우(鄭州)·허페이(合肥) 등 2급 도시와 농촌 주변 3급 도시에선 소비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도 2·3급 도시에서 점차 매출 비중을 높여가는 등 신축적인 판매전략을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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