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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도병원, CEO에게 듣는다 ③ 정희원 서울대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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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정희원 병원장이 “연구중심병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서울대 국제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병원이다. 국가중앙의료원, 제1의 국립대병원으로서 진료·연구·교육 분야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은 꼬리표도 있다. ‘권위적·보수적·관료적…’.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움직임에 ‘효소’처럼 촉매제가 된 주인공이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정희원(60) 병원장이다. 그는 병원장 자리에 앉으며 주창한 비전을 실현 중이다. 정 병원장은 2년의 임기 동안 집중할 분야로 ‘세계화’ ‘연구중심병원’ ‘국민의 병원’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이미 세계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세계 일류 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그동안의 진료와 연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고종관 대표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신묘년 새해 구상을 하고 있는 정희원 병원장을 서울대병원 시계탑 건물 1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세계화를 위한 국내 병원들의 환골탈태가 한창이다. 의료의 세계화란 무엇인가.

 “수술 건수가 많다고 세계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의료는 환자 사망률 ‘0’를 향해 가고 있다. 의료의 세계화는 환자의 안전(사망률, 수술 후 감염, 합병증)과 연구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결국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함께 발달해 진료의 질을 높이고, 이런 과정이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계화를 위한 서울대병원의 노력은.

 “서울대병원은 이미 2006년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로 이끄는 병원’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올 3월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이 문을 열고, 2013년 뇌·심장 혈관질환 치료와 연구의 메카가 될 첨단치료개발센터를 개원한다. 내년 말 문경에 완공 예정인 교육문화아카데미에선 세계 의료의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국제사업본부를 확대해 국내 의료시스템을 세계에 수출하는 새로운 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 옌지에 최첨단 건강검진시스템을 설립하는 컨설팅을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연구중심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20년 전 의생명연구원(과거 임상의학연구소)을 설립해 독보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 1500여 편의 SCI 논문을 발표해 논문 수 세계 20위다. 연구비 수주실적은 약 600억원으로 도쿄대병원보다 많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설립한 데이터베이스(www.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임상시험 시행 건수(2009년 기준)에서도 서울대병원은 세계 68개 임상연구 의료기관 중 8위에 올랐다. MD앤더슨, 메이요 클리닉, 듀크대 메디컬센터 등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첨단연구중심병원으로 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

 “미국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는 하버드대와 바이오기업들이 연계해 연구성과들을 산업화하고 있다. 그 결과 병원은 막대한 기술료를 받고, 기업들은 급성장했다. 연구와 산업화의 핵심이 되는 병원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도 서울대 의대·약대·간호대·치대와 바이오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서울대 국제의료 클러스터’를 설계 중이다. 병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인 동시에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진료의 질과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앞두고 있는데.

 “의사마다 소양과 자질이 다르다. 친절하게 진료를 잘 보는 의사,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하지만 연구를 잘하는 의사,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에 재능이 있는 의사가 갈린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인적자원을 평가하고 재배치하는 ‘교수 트랙 다변화’ 제도를 곧 시행할 예정이다. 환자·의료진·병원 모두가 행복한 제도여서 병원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환자 중심 으로 변하고 있다.

 “병원에서 운영 중인 고객의 소리(VOC)에 환자의 불만이 등록되면 병원장이 직접 담당 의사에게 진료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하는 서신을 보낸다. 칭찬받는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입원환자 적체 문제도 줄였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역과 같았던 각 진료과의 입원실 경계를 허물었다. 해당 진료과의 입원실이 부족하면 다른 과 입원실을 이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장기 입원도 줄였다. 이 덕분에 10년 전 2주였던 환자 재원일수가 최근 반으로 줄었다.”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추구할 계획이라는데.

 “환자가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구상하고 있다. 병원 냄새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소독약 등 병원 특유의 냄새가 환자를 위축시킨다. 올해 상반기 전문업체에 의뢰해 모두 없앨 예정이다. 2013년에는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한 첨단외래센터가 문을 연다. 외래를 받으러 온 환자들은 콧줄과 링거를 하고 휠체어를 탄 입원환자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는 게 아닌가’ 불안해한다. 본관 지하 주변에 개발 예정인 첨단외래센터는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진료공간을 분리해 환자의 심리를 불안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의료기관 인증 평가’를 받았는데.

 “지난 1월 국내 병원 중 서울대병원이 처음으로 인증을 획득했다. 이 인증을 받은 병원은 안전하고 질 높은 국제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공인받은 것이다. 한국형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인 셈이다. 하지만 평가항목은 미국의 JCI보다 엄격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다. 반면 비용은 저렴하다. 한국형 의료기관 인증 도입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오는 3월 25일 문을 여는 암병원의 특징은.

 “‘원 스톱,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일 검사, 당일 판독, 진료 각과의 협진 등 통합진료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 치료계획을 세운다. 암병원 개원을 위해 병원 본원에 수술장도 4개 늘렸다. 암병원 내부에서 창경궁도 내려다보여 환자들의 투병의지를 북돋울 것이다.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병원에 대한 기부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존스홉킨스병원은 서울대병원보다 병실이 적은데 연간 예산이 6조원이나 된다. 이 중 기부금이 30%를 차지한다. 미국 병원들은 예산의 25~30%가 기부금이다. 외국에선 병원의 진료와 연구발전의 토양이 되는 병원 기부를 후손들을 위한 아름답고 보람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어린이병원, 의생명연구소는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희망이 있기 때문에 예산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병원 기부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김은 생전에 의사들의 연구에 써달라며 서울대병원에 10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이중 5억원을 생전에 기부했다. 서울대병원이 공공성을 확보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려면 정부의 지원도 늘어야 한다. 서울대병원 전체 예산 중 정부지원금은 5%에 불과하다.”

정리=황운하 기자

정희원 병원장은

· 1975년 2월 서울대의대 졸업

· 1980년 3월 서울대병원에서 신경외과전문의 취득

· 1985년~ 서울대의대 신경외과 교수

· 1988~199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뇌종양연구소 연구원

· 1993~2002년 대통령 자문의(신경외과)

· 2005년 11월~2009년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장

· 2008년~ 대통령 자문의

· 2010년 6월~ 서울대학교병원장

주요 업적

· 2010년 7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공인메디컬시험기관 인정

· 2010년 8월 한국생산성본부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1위

· 2010년 8월 우즈베키스탄 대규모 의료봉사(의료진 등 53명 참여해 1600명 진료)

· 2010년 10월 중국 옌지시 및 옌지중의병원과 건강검진센터 건립 MOU 체결

· 2010년 11월 연달국제의료그룹과 국제복합의료단지 조성사업 MOU 체결

· 2010년 12월 보건복지부 메디컬코리아 외국인환자유치대상 우수유치의료기관상 수상

· 2010년 12월 어린이병원 희귀질환센터 개설

· 2011년 1월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 최초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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