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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46] “모르면 구세대” ○○데이 총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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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2월 14일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아시죠? 바로 밸런타인 데이입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자리잡았습니다. “초콜릿 회사의 상술이다” “국적 없는 문화다”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번듯하게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게다가 밸런타인 데이 덕분(?)에 신종 ‘데이(Day)’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습니다. 상술이 숨겨진 날도 있지만 의미가 담긴 날도 많답니다. 신세대라고 우기고 싶은 구세대, 아내에게 하루쯤 잘 보이고 싶은 남편들을 위해 그 ‘데이’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민동기 기자

다이어리 데이 1월 14일

한 해를 계획 있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아 연인이나 친구·지인에게 1년 동안 사용할 다이어리나 수첩을 선물하는 날이다. 특히 연인들은 둘만의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따로 표시해 선물하는 날이다.

[일러스트=강일구]

밸런타인 데이 2월 14일

모든 ‘데이’들의 원조. 서양에서는 연인들이 카드나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인식돼 있다. 밸런타인 데이는 2월 14일이 순교일인 기독교의 성인(聖人) 밸런타인(St. Valentine)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그는 3세기께 “군기를 잡는다”며 군인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정책에 반대해 사랑하는 남녀의 혼배성사(주례)를 해주다가 순교를 당했다. 그럼 초콜릿은 어떻게 끼어들게 됐을까.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이 먼저 초콜릿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게 시작이라는 설이 있다. 유래야 어떻든 이제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달콤한 초콜릿으로 먼저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로 자리잡았다.

삼겹살 데이 3월 3일

3이 두 번 겹치는 날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삼(3)겹살을 먹는 날.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축협이 2003년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했다. 올해도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난리니 이날 가족·연인들이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화이트 데이, 파이 데이 3월 14일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서양에는 없는 날이라 사탕회사의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있다. 밸런타인 데이에 고백한 여자의 마음을 남자가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날. 누가 먼저면 어떤가? 비록 밸런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받지 못했더라도 남자가 먼저 평소 마음에 두었던 여성에게 사탕을 줄 수도 있다. 내년 밸런타인 데이를 기약하며….

한편 이날은 파이(πㆍ원주율) 데이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수학자 자르투가 세계 최초로 원의 둘레와 지름 간 길이의 비율인 원주율을 고안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원주율이 3.14(정확히는 3.141592…의 무한소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날 원주율과 관련된 각종 행사가 열리지만 한국에서는 화이트 데이에 밀려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블랙 데이 4월 14일

‘암울한 날’이라 이름도 블랙이다. 밸런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화이트 데이에 사탕을 주고받지 못한 ‘솔로’ 남녀가 만나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날이다. 이날 솔로들은 옷·구두·양말·액세서리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후식으로는 블랙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날 만난 솔로들이 연인이 되기도 한다.

오이 & 오리 데이 5월 2일

5월 2일을 숫자로 쓰면 오이 혹은 오리가 된다는 데서 유래됐다. 농협과 농촌진흥청이 오이와 오리 농가의 소득을 위해 정한 날이다. 각종 판촉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올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유행했으니 가족·연인과 함께 상큼한 오이에 담백한 오리고기를 곁들여 먹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로즈(Rose) 데이 5월 14일

연인들이 서로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 5월에 장미가 만개하고 나들이 가기 좋은 달이라 정해졌다고 한다. 화훼농가와 ○○랜드, XX월드 등 일부 놀이공원에서 마케팅을 위해 만든 날이라는 의심이 있긴 하지만 연인들이 이날을 핑계로 사랑의 나들이를 나간다면 나쁠 것도 없을 듯.

키스 데이 6월 14일

2월 14일에서 시작된 기념일 덕분에 맺어지거나 사이가 가까워진 연인들이 키스하는 날. 마케팅 데이로 오해를 받지 않는 날이기도 하다. 키스에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두 사람의 사랑만 있으면 되니까. 권태기가 온 오랜 연인이나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도 키스 데이를 핑계 삼아 한번 기념하면 좋을 듯하다.

칠월칠석 음력 7월 7일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딸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날. 연인이 만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토종 밸런타인 데이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 떡 판매업체는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대신 칠월칠석날 ‘찰떡 궁합’을 뜻하는 찰떡을 선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견우와 직녀 전설이 있는 중국에서는 이날을 ‘연인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실버 데이 7월 14일

은반지를 주고받으며 연인들이 미래를 약속하는 날. 선배나 부모님에게 데이트 비용을 전가하면서 자신의 애인을 선보이는 날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액세서리 업체의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포도 데이 8월 8일

본격적인 포도 출하 시기이면서 포도를 닮은 8자가 두 번 겹치는 날이라 정해졌다. 농협이 포도 소비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정했다.

그린 & 뮤직 데이 8월 14일

무더운 여름에 연인들이 시원한 산을 찾아 등산을 하며 삼림욕을 즐기고 무더위를 달래는 날이다. 하지만 연인이 없는 솔로들은 녹색병에 담긴 소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날이라는 해학도 있다. 같은 날을 뮤직 데이라고도 하는데 음악이 있는 곳에서 연인들이 춤을 추며 즐기는 날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든 ‘마케팅 데이’가 아닐까.

구구 데이 9월 9일

닭의 울음소리인 99(구구)가 이어지는 날이어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닭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정한 날이다. 닭고기와 관련된 각종 행사가 열린다.

포토 데이 9월 14일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는 날. 사진이 잘 나오는 가을의 화창한 하늘과 날씨 덕분에 정해진 날로 보인다. 사진 배경이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면 좋은 날이다.

천사 데이 10월 4일

10월 4일을 숫자로 쓰면 1004(천사)가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천사운동본부에서 만든 날로 전 국민이 나눔과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자는 뜻에서 정한 날이다. 각 구호단체의 행사가 많은 날이다. 이날은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와인 데이 10월 14일

연인들이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날. 유럽에서 포도 수확철인 10월과 11월에 지역별로 와인 관련 축제가 열리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유럽엔 와인 데이가 없다. 와인 관련 업체들의 마케팅 데이로 의심된다.

사과 데이 10월 24일

사과 향기가 그윽한 10월에 ‘둘(2)이 사과(4)한다’는 의미로, 친구나 애인끼리 서로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한 뒤 사과(Apple)를 주고받는 날이다.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가 2003년 제안했다.

브라 데이 11월 8일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평소 쑥스러운 속옷을 자연스럽게 선물할 수 있는 날. 8은 브래지어의 양 컵. 11은 어깨 끈을 의미한다. 속옷업체들이 마케팅을 위해 만든 날이다.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11월 11일

숫자 1과 닮아서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라는 의미를 담아 친구와 연인들이 빼빼로를 주고받는 날. 1990년대 중반 부산 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해지라며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특정 과자업체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가래떡 데이는 이날이 ‘농업인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빼빼로 데이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빼빼로와 비슷한 모양의 가래떡을 먹으면서 쌀 소비까지 촉진하자는 의미에서 농식품부가 적극 홍보하고 있다.

무비 데이 11월 14일

연인들이 만나 영화를 보는 날. 마케팅 냄새가 나는 날이지만 이날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허그 데이 12월 14일

추운 겨울, 연인이나 가족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서로의 체온을 훈훈하게 나누는 날. 마케팅 데이의 상술에서 벗어난 순수한 날이다. 포옹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병을 낫게 한다는데 이날을 핑계로 가족을 한번 뜨겁게 안아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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