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대박’은 오해 … 6개월 성과 자문사별 30%p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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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호 24면

아는 사람만 안다던 자문형랩이 이젠 상식이 됐다. 자문형랩은 다양한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금융상품인 랩(Wrap)의 일종이다. 투자자문사가 운용과 관련한 조언을 해 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펀드는 반 토막이 나는 상처를 입었다. 2009년과 지난해 시장이 반등하는데도 펀드로 고생한 사람들은 다른 걸 찾았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진행됐다. ‘될성부른’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랩의 성과가 펀드보다 나았다. 자문형랩 시장이 1년 새 10배 이상 성장한 이유다.

자문형랩, 투자해도 될까요?

자문형랩에 이미 가입해 있는 투자자라면 언제 어떤 종목을 사고 팔았는지, 자신의 수익률은 얼마인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자문형랩은 투자자 개인별로 계좌가 관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문형랩은 펀드처럼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추종 매매나 작전 등을 우려해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알리지 않는 것. 자문형랩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자문형랩이 좋은 수익률을 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한 자문사 대표는 “투자자별로 수익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수익률을 말하기 어렵다”며 “혹여 모델 포트폴리오(MP) 수익률을 언론에 얘기하면 투자자들이 ‘왜 내 계좌 수익률은 그보다 못하냐’는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그래도 간간이 자문형랩의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들이 나온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설정 규모가 100억원이 넘고 6개월 이상 운용된 5개 주요 자문형랩의 지난해 수익률은 평균 55%에 달했다. 지난해 시장 상승률(21.5%)의 두 배를 웃돈다.

올해 성적은 어떨까.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빅3’의 맏형 격인 케이원투자자문은 올 들어 최근까지 5% 정도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브레인투자자문의 수익률은 -1% 수준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 넘게 떨어진 것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일부 중소규모 자문사의 수익률은 하이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 증권사가 판매하는 자문형랩은 ‘수익률 리그전’을 표방한다. 자문사들의 수익률이 그대로 공개되고, 투자자들은 그 성적표를 보고 자문사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리그전에 참가하고 있는 12개 자문사의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슈프림투자자문은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0%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17%의 수익을 거뒀다. 반면 최근 반년의 투자 결과 원금을 까먹은 곳도 있었고, 코스피지수가 16% 넘게 오르는 동안 2%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올린 곳도 있었다.

이렇게 수익률 차이가 큰 것은 자문사들이 몇몇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기 때문이다. 6개 자문사의 최근 포트폴리오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투자 종목수가 20개를 넘는 곳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일부 종목에 투자를 집중했다. D자문사는 5개 종목에 전체 자산의 73%를 투자했다. 대부분 자문사가 5개 종목에 자문형랩 자산의 절반 이상을 집중했다. 이와 달리 국내 주식형 펀드는 보통 50~60개 종목에 투자하고, 편입 상위 ‘톱5’ 종목의 비중도 25% 정도에 그친다.

자문사들의 투자 종목은 제각각이었다. 한 자문사는 삼성전자에 전체 자산의 20% 이상을 투자했지만, 자문사 4곳은 삼성전자를 한 주도 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삼성전자를 10% 안팎 투자한다. 그래야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자문형랩으로 돈이 몰리면서 ‘쏠림’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자문사별로 시장에 대한 시각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같은 자문형랩이라도 어떤 증권사에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다. 자문사가 종목별로 등급을 나눠 투자 범위를 정해주면 증권사가 이를 적절히 조절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20%룰’을 두고 있다. 한 종목에 자산의 2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자문형랩=대박’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어떤 자문형랩을 선택하느냐, 어떤 증권사에서 가입하느냐 등에 따라 투자성과가 크게 벌어지는 만큼 펀드보다 더 신중하게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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