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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 과연 행복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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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양희
중앙대 명예교수·(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2005년 제1차 가족실태조사 후 5년이 지난 지금 한국 가족은 어디에 와 있는가. 2010년 여성가족부의 제2차 가족실태조사 결과에서 사뭇 변화된 인식과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가족을 인식하는 범주가 좁아졌으며 평등성도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적으로 변화된 성(性)역할 태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사와 돌봄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불공평이 드러난다. 다문화 사회에 살면서도 국제결혼 등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도 나타난다. 아마도 이 같은 혼란과 불일치는 한국 가족의 현주소일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선 급속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 혼란 속에서도 가족은 여전히 정서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이 배우자·자녀·부모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성인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선 의지상대와 말벗 등 정서적 기능이 부각됐다. 대부분 가구가 적어도 한 끼 이상 매일 2인 이상 가족과 식사를 함께하고 있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여가활동은 가족의 결속과 관계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인식, 즉 ‘가족여가’의 긍정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가계경제 상태의 불안정성과 미흡한 노후 준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정이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한국 가족, 과연 행복한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빠른 성장으로 인해 경제적 지위는 상승됐으나 삶의 질이나 행복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행복은 경제성장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 행복은 사랑·신뢰와 같은 ‘관계’와 밀접하며, 돌봄과 살림의 가장 기본적 단위인 가족을 통해 체득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상호 간 관계맺음을 통한 배려와 협력, 연대와 이타성은 건강한 가정의 상징이며 표현이다. 이는 곧 사회적 자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회적 자본이 가족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공동체와 유연하게 소통하며 확산되는 수준은 사회에 대한 신뢰 및 참여와 협력에 영향을 미친다. 성숙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사회의 토대가 된다. 가정의 건강성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건강한 가정을 위한 국가적·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 조사 결과 자녀양육 비용이나 가족친화 생활환경과 관련된 정책적 요구들도 드러났다. 부부가 아이 키우는 부담 때문에 출산을 걱정해선 안 되며,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가 활성화돼 또 하나의 가족, 더 큰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족친화적인 마을이 형성되고 진정한 연대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과 스트레스, 양극화와 빈부차, 상대적 결핍감 때문에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행복’을 더욱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의 정서적 관계적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사랑과 신뢰, 책임을 주고받고 배우고 경험하는 기본적인 생활단위가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김양희 중앙대 명예교수·(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