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버디·버디 … 우즈 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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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버디만 6개를 낚으며 단숨에 선두권 추격에 나선 타이거 우즈. [두바이 로이터=연합뉴스]

550야드 파5인 13번 홀. 타이거 우즈(미국)의 티샷은 신통치 않았다. 동반자들보다 40야드 정도 뒤였다. 그것도 오른쪽으로 밀려 야자수가 타깃을 가리고 있었다. 2온을 하려면 각이 큰 페이드샷을 해야 했다. 우즈는 앞 조가 그린에서 나가길 기다리며 몇 차례 스윙연습을 했다. 맨손이었다. 사라졌던 장갑은 그의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나왔다. 코치를 바꾸고 스윙을 교정 중인 우즈는 팔꿈치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겨드랑이에 장갑을 끼고 연습한 것이다. 효과를 봤다. 그는 그린 주위까지 볼을 보낸 뒤 버디를 잡아냈다. 이후 일사천리였다. 그의 드라이버는 동반자보다 멀리, 페어웨이 가운데 떨어졌고 아이언은 그린에 꽂혔다.

 우즈가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에미리츠 골프장에서 계속된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2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낚으며 6언더파 66타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공동 5위다. 2009년 스캔들로 깊은 슬럼프에 빠진 이래 우즈 최고의 샷들이 두바이 사막에서 나왔다.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2위 마르틴 카이머(독일)와 한 조로 경기하면서 나온 것들이라 더 의미가 있다.

 웨스트우드, 카이머에게 2타 뒤진 채 10번 홀에서 2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전날 더블보기를 했던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13번 홀에서 또 버디를 잡자 카이머가 14, 15번 홀 연속 보기로 흔들렸다. 카이머의 별명은 저미네이터(Germinator)다. “위기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는 독일 출신의 터미네이터 같다”고 해서다. 그러나 날카로운 우즈의 샷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우즈는 후반 들어서도 2, 4, 6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냈다. 농담을 하며 경기를 하던 랭킹 1위 웨스트우드의 웃음도 사라졌다. 웨스트우드는 6번과 9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우즈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웨스트우드는 5언더파, 카이머는 4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중간합계 11언더파로 단독 선두다. J골프는 12~13일 대회 3, 4라운드를 오후 6시부터 생중계한다.

두바이=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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