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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용카드 세금혜택 없애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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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연말이면 근로소득자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없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신용카드를 많이 쓴 사람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세금 탈루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신용카드를 쓰면 해당 업체의 매출이 국세청에 바로 보고된다. 매출을 속이기 힘들기 때문에 세금을 빼먹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목적으로 생겨난 이 제도는 지금까지 네 차례 일몰(日沒)시한이 연장됐다. 그때마다 혜택 폭이 감소해 왔다. 2010년에는 소득공제 한도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 전체 직장인(1425만여 명) 중 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사람은 568만 명(40%)이었다. 소득공제를 받은 직장인 중에는 연봉이 2000만~4000만원인 보통사람들이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한국납세자연맹 추산에 따르면 근로소득자들이 이 제도로 감면받는 세금 총액은 1조2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부양가족이 넷이고 연봉이 4000만원인 가장(家長)이 카드 사용으로 지난해 소득에서 300만원을 공제받았다면 세금 감면 혜택은 34만원이 된다. 내년부터 이 제도가 없어지면 그의 세금 부담은 이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월급생활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일몰은 예정돼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올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할 때 다른 비과세·공제제도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이 제도를 2013년까지 2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신학용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출돼 있는 상태다.

 새로운 규제나 제도를 도입할 때 정부가 일몰제를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소정의 목표가 그때쯤 달성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입법취지는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덕분에 이제 구멍가게에서도 신용카드를 받고, 택시를 타고도 카드로 결제할 정도가 됐다. 이 제도를 도입한 데에는 부수적인 목적도 있었다.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흔히 월급쟁이의 지갑은 유리지갑이라고 한다. 소득을 한 푼도 숨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가장 잘 지키고 있다. 세금과 관련,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불공평성에 있다. 누구는 엄청난 소득을 올리지만 내는 세금은 쥐꼬리라는 것이다. 반면 월급쟁이들은 쥐꼬리 월급에 세금은 생선머리만 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노출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이 낼 세금을 다 낸다고 믿는 근로자들은 많지 않다.

 네 번이나 시한을 연장한 이 제도가 세원 노출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폐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도록 하는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몇 번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중산층이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세금은 눈 먼 돈이라며 마구잡이로 쓰이는 행태를 보면서 이들의 세금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이 지금보다 무거운 세 부담을 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