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제도 유명 무실

중앙일보

입력

올 스토브리그에서 첫 시행된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제도(Free Agency)가 지나친 규제 조항때문에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자유계약선수제는 일정기간 소속팀에서 활동한 뒤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을 원활히 하고 선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제도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자격취득 기간 및 이적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FA제는 76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94년 일본에서 제도화됐고 한국에선 올해 첫 시행중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자유계약 자격 취득기간을 6시즌을 정한 반면 일본은 9시즌, 한국은 10시즌을 경과해야 한다.

FA자격을 얻더라도 일본과 한국 선수의 연봉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메이저리그는 이적선수 연봉에 대한 규제가 없어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풀릴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한국은 일본을 본떠 전 소속팀 연봉의 150%를 초과할 수 없게 묶어 놓았다.

국내 FA선수들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붙잡는 것은 보상 조건이다.

메이저리그는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할 경우 전 소속팀에 신인 2명에 대한 지명권만을 넘겨주면 되고 일본은 전년도 선수 연봉에 상응하는 금액과 엔트리 30명을 제외한 선수 1명을 양도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전년도가 아닌 계약연도 선수 연봉의 200%와 엔트리 20명을 제외한 선수 1명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보상조건으로 선수연봉 150%로 정했다가 시행을 한 달여 앞둔 10월초 갑자기 이사회를 열고 200%로 상승시켜 비난이 쏟아졌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탓에 올해 자유계약 조건을 충족시킨 선수는 16명이지만 대부분이 지레 포기하고 김동수와 송유석(이상 LG), 이강철과 김정수(이상 해태),송진우(한화) 등 5명만이 KBO에 공시 신청을 했다.

자유계약 신청 선수들은 27일까지로 정해진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기간이 끝나면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을 벌일 수 있지만 8개 구단 사장들이 만든 규정때문에 뚜렷한 이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FA제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구단주들과 법정투쟁을 벌여 자신들의 권리로 쟁취한 제도지만 한국은 여론에 밀린 구단측에서 `면피용'으로 마련한 제도라서 선수 권익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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