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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비상] 낙농가선 매일 200t 폐기 … 버릴 곳 없어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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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구제역 때문에 못 쓰는 우유가 늘어나 낙농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설 직전까지 살처분된 젖소는 3만121 마리에 이른다.

문제는 살처분을 면했어도 발생지에서 반경 500m 안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내다팔 수 없다는 것이다.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유 생산을 멈출 수도 없다. 나오는 우유를 짜지 않으면 젖소가 바로 병에 걸리게 된다. 결국 짜서 버리는 수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들어 이렇게 버려지는 우유의 양은 하루 200t이 넘는다. 200ml짜리 우유팩을 기준으로 100만 개 분량이다.

 이처럼 양이 많다 보니 버릴 장소도 마땅치 않다. 우유도 액체인 만큼 하수구에 흘려보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하수도를 통한 배출은 금지돼 있다. 오염원이 외부로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냄새도 문제다. 경기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우유는 쉽게 상하는데, 상한 우유의 냄새가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고 말했다. 결국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일 민가에서 떨어진 국공유지에 우유 폐기장을 만들도록 각 시·도에 긴급 지시했다.

 일부에서는 우유 수급에도 차질이 있는 만큼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는 이달 초 열린 구제역 방역대책회의에서 지정된 집유장을 통해 모은 원유를 고온살균 처리한 뒤 가공원료유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농단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인체에 무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발생지역의 우유를 분유나 유가공 식품 원료로 쓰면 유제품 전체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며 “아깝더라도 지금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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